한국일보

“유공자 선친의 마지막 길 배웅하게 해주세요”

2023-07-30 (일)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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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로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의 아들이 한국 방문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진 가운데(본보 11일자 A1면 보도), 70대 모친이 눈물어린 탄원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냈다. 뉴욕에 거주 중인 백정순(72)씨는 “한국 방문 길이 막힌 아들이 국가유공자인 선친의 유해를 충북 국립괴산호국원에 안장할 수 있게 되길 눈물로 호소한다. 아들처럼 한국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전 세계 동포들을 위해 불합리한 법 조항이 고쳐지길 간절히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전종준 변호사를 통해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백씨의 아들이 한국을 찾아 안장하길 원하는 아버지는 지난해 10월 75세로 별세한 백두현씨로 월남전 참전 용사다. 1965년 백마부대 소속으로 참전해 3년간 베트남에서 싸웠다. 1984년 11월 세살배기 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뉴욕에서 아들을 낳고 길렀다. 백씨는 탄원서에 “남편과 30년간 ‘작은 거인’이란 상호로 이삿짐 센터를 운영했다. 비록 우리는 힘들게 살았지만 언제나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고, 아이들에게도 한국인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가르쳤다”고 적었다.이어 “한국 호적에도 올리지 않았는데 아들이 졸지에 병역기피자라는 ‘죄인’이 되어 있음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아들이 배웅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백씨의 아들(37)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로 현재 뉴욕 UN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10여년째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을 위해 뛰고 있는 전종준 변호사는 “해외에서 태어난 동포 2·3세들을 잠재적 죄인으로 취급해 모국 방문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고, 글로벌화에도 역행하는 일”이라며 “외국에서 태어나 17년 이상 외국에 거주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출생신고된 사람이 한국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출생시까지 소급해 자동으로 국적이 상실되는 ‘국적 자동상실제’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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