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2분기 전국 24% 감소, LA 판매량은 36% 더 하락
▶ 맨션세·모기지 금리 등 판매 포기에 매물도 줄어
고급 주택 소유주들의 ‘집 팔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LA 선셋 스트립에 위치한 고급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조안 데이저필드도 그 중 한 명이다.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로드니 데이저필드와 함께 2000년 초반 625만달러를 주고 구입한 고급 주택을 지난 2월 1,780만달러에 매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조안 데이저필드는 “1주일이면 팔릴 줄 알았지만 집을 보러 오는 발길도 딱 끊기면서 여전히 매물로 남아 있어 충격을 받았다”며 “고급 주택 수요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고급 주택에 별도로 부과되는 ‘맨션세’도 한몫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경기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고급 주택 시장이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여파로 경색 국면을 맞으며 난항을 겪고 있다.
26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전국 고급 주택 시장이 매물 부족과 수요 감소로 매매마저 급락하는 소위 ‘퍼펙트 스톰’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최상위 5%에 해당하는 고급 주택의 판매량은 올해 2분기 전년에 비해 24.13%나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주택 매물은 전년 보다 2.39% 떨어졌다. 신규 고급 주택 매물은 전년 대비 17.08%나 급감해 상대적으로 더 심했다. 물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고급 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은 1년 사이에 4.55% 상승했다.
레드핀의 대릴 페어웨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급 주택 시장은 판매량 급감 현상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일반 주택 시장과 비교해보면 고급 주택 시장이 냉각 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고급 주택 판매 부진 현상은 전국 대도시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2분기 고급 주택 판매량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은 마이애미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14%나 급락했다. 이어 뉴욕시 35.98%, LA 36.17%, 시카고 34.13% 순이었다.
주요 도시의 고급 주택 시장이 판매 부진을 겪는 현실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의 고공행진이 자리잡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7%대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자 고급 주택 소유주들이 매물들을 거둬들이면서 매물 부족이 시작됐다.
특히 LA의 고급 주택 판매 감소는 매물 부족을 넘어 사회 문제가 더해진 특수한 경우다. 지난 4월부터 500만달러 이상 고가 부동산 거래시 4~5.5%의 추가 양도세를 부과하는 일명 ‘맨션세’라 불리는 추가 양도세 부가 발의안(ULA)이 시행 중인 데다 최근 작가 조합과 배우 조합이 동반 파업을 벌이고 있어 고급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판매량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WSJ은 분석했다.
LA에서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는 줄리엣 호넌은 “예전에 1달에 10건 정도 고급 주택을 판매했는데 7월에 들어서 아직 1건 밖에 못했다”며 “전년에 비해 50% 가까이 실적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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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