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축업자 횡포 여전…‘속수무책’

2023-07-27 (목)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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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업자 횡포 여전…‘속수무책’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L 씨 리커 스토어의 천장과 마루(왼쪽).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가게나 집을 보수하는 한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건축업자들의 횡포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볼티모어시 마운트 버논에서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L 씨는 가게 선반, 천장, 바닥, 화장실 등 리모델링 및 내부공사를 위해 A건축업자와 지난해 12월 계약을 했다. L 씨에 따르면 공사대금 5만5,000달러 중 1만6,000달러의 선수금과 재료비를 지불하고, 천장과 계단 등의 공사가 시작됐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선반제작 작업문제로 건축업자와 실랑이를 벌이게 됐고, 1~2월경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L 씨는 “작업기술이 전문적이지 않아 손해를 보더라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선수금 중 4,000달러가 남았지만, A 건축업자가 못 주겠다고 해서 그냥 다른 건축업자를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L 씨는 지난 3월 B건축업자와 계약을 맺고 선반과 뒷정리를 하는데 1만5,000달러, 마루에 2만 달러의 공사비를 내고 공사를 맡겼는데, 아침에 히스패닉 인부만 데려다 놓고 사라졌다가 오후에 나타나기가 일쑤였고, 바닥 공사를 엉망으로 해 놓았다고 푸념했다.

L 씨는 “처음 계약할 때는 하늘에서 별도 따다 줄 것같이 하면서 막상 일하는 것을 보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며 “일하다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오후 5시면 돌아가 버려 영업하는데 황당했다”고 한숨지었다.


L 씨는 “마루 공사를 하는데 기술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 히스패닉 인부들이 접착제가 마르기도 전에 붙여 다 들뜨고 일어나 볼 수가 없다”며 “전문기술자도 아닌데 인건비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데도 소비자들이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하고만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A건축업자는 “처음에 선반 샘플을 만들어가서 조율하려 했는데 인격모독적인 말을 퍼부어 기가 막혔다”고 말하고, B건축업자는 “원래 인부들은 다음날 공사를 위해 오후 5시까지 밖에 일을 하지 않고, 공사가 끝난 후에 보수를 해드렸으나 계속된 무리한 요구를 해 다 들어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부 건축업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워드카운티의 K 씨는 집의 덱 공사를 C건축업자에게 맡겼는데 계약금을 받은 뒤 시공에 바로 착수하지 않고 미루다가 몇 주가 지나서야 공사를 시작한 뒤 추가비용을 요구해 고통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볼티모어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P 씨는 영업을 하면서 내부공사를 할 경우 영업에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공사기간을 단축해야 하는데, ‘인부들과 시간이 맞지 않다’, ‘다른 공사가 이미 잡혀 있다’ 등 변명을 늘어놓으며 공사를 지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건축업자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은 “한인건축업자들의 약속 불이행과 무책임, 업무에 대한 비전문성, ‘사기’에 가까운 악법 남용 등으로 인한 나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보한다”며 “공사를 맡길 때는 각별히 유의해서 건축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비자보호국에 따르면 주택 및 업소 공사 계약 시 반드시 정부에 등록된 업체임을 확인하고 공사 내용 및 기간, 비용에 대해 상세하게 계약서를 꼭 작성해야 한다. 이 같은 피해를 당했을 경우 소비자보호국에 연락하면 전문 변호사를 추천해준다.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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