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리더십의 여성

2023-07-20 (목) 최형무/전 저널리스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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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뮬란’의 주인공 화목란은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깊던 고대 중국에서 북방민족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구한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입고 전장에 나가 용감하게 싸워 황제와 나라를 구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멋진 여성으로 영화에서 설정되었다.

역사상 실존 인물인 프랑스의 젊은 여성 잔다크는 영국과 프랑스간에 14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일어났던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를 지켜낸 국가적 상징으로 추앙받는다.

잔다크는 프랑스인 자원부대를 이끌고 싸우다가 당시 영국쪽의 동맹군이던 버간디언 부대에 잡혀 영국군에 넘겨진 후 19세의 나이로 화형을 당했다. 1431년 재판 당시 여러 죄목 중의 하나는 남장을 함으로써 신성모독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1456년 재심에서 잔다크의 유죄가 번복되었고, 그 후 순교자로 추앙받게 되었다. 또한 일찌기 있었던 ‘페미니스트’ (여권주의자)이자 자유와 독립의 상징으로, 프랑스 혁명 이후는 프랑스의 국가적 상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1920년 잔다크를 시성해 성인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수백 년, 수천 년 내려온 전 세계적인 차별의 역사가 깊다. 같은 아버지와 같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도, 태어날 때 성별이 결정되는 순간 남자와 여자의 미래가 완전히 다르게 결정되는 것이 과거의 오랜 역사였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에게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의 교육을 금지한다. 이란에서는 작년 9월 마사 이미니라는 이름의 21세 여성이 히잡이라고 부르는 머리 스카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고 ‘도덕 경찰’에 잡혀간 후 경찰 구금하에 사망했다.

이후 이란에서 광범위한 항의와 시위가 일어났고, 많은 여성들이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
이같은 역사 속에 많은 여성들이 사회의 모든 오해와 차별을 극복하고 리더십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여성들이 보이는 리더십에서 남성 위주의 보수 사회에서 보기 힘든 미래 지향적 개혁들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2017년 37세의 나이로 뉴질랜드 수상에 취임한 저신다 아던 수상은 6년간 재임하면서 세계 최연소 여성 정부 수반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상 취임후 1년이 되기 전에 재임 중 딸을 낳았다. (여성 정부 수반으로 재임 중 출산한 것은 파키스탄의 베나지어 부토에 이어 2번째다.) 아던 수상은 출산후 40일간 출산휴가를 가짐으로 여성과 사회에 모범을 보였다.

사실 출산휴가를 허용하여 부모가 자녀와 같이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적이나 국가적으로도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문제는 따로 다루어야 되겠지만, 개발 선진국 중 유일하게 미국은 유급 출산휴가를 법으로 정하지 않는다. 이를 반대하는 로비의 힘이 크다.)

2019년 ‘크라이스처치’라는 도시의 두 곳의 모슬렘 사원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5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하는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국가애도 기간을 선언한 후 아던 수상은 국민애도책에 맨 먼저 서명하고, 테러 사건 현지에 가서 경찰 구조대원들과 희생자 가족들을 만난 후 행한 의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생명을 빼앗아 간 사람의 이름보다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이름을 말합시다.

빼앗아 간 사람의 이름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희생자 커뮤니티의 구성원을 포옹하는 사진에 ‘평화’라는 단어가 투여되는 영상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에 투영되었고, 큰 벽화가 봉헌되었다.

뉴질랜드 의회는 테러 공격 이후 한 달 이내에 대부분의 반자동 소총과 공격용 소총, 반자동 소총 전환 부품, 대용량 총탄 매거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최형무/전 저널리스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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