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 주정부가 타주로 건너가 낙태시술을 받는 행위를 ‘낙태 밀거래’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했지만 워싱턴주와 오리건주로 찾아오는 아이다호 낙태환자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특히 아이다호 주정부가 전국최초로 시행한 전대미문의 ‘낙태 밀거래 법’에 대해 원주민 부족들이 연방헌법이 보장한 자치권과 여행 자유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가족계획협회(SFP) 집계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불법화한 지난해 6월 아이다호주에서 시행된 낙태시술은 190건이었지만 올해 3월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에 지난 3월 워싱턴주에서 시행된 낙태시술은 2,050건으로 전년 대비 166건 늘었고 오리건주에선 1,150건이 시행돼 전년 동기대비 147건이 늘어났다.
아이다호주에선 지난 2021년까지 3개 낙태병원이 공개적으로 운영됐지만 2022년 10월 현재 모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워싱턴주엔 30개, 오리건주엔 14개 낙태병원이 여전히 운영 중이다.
워싱턴주 보건부는 연방대법원의 낙태 불법화 판결 전 해인 2021년에도 낙태시술을 받기 위해 워싱턴주로 넘어온 타주 주민들이 증가세를 보였다며 특히 아이다호 접경지역인 스포캔과 휘트먼 카운티 소재 낙태 시술병원들의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브래드 리틀 아이다호 주지사는 ‘낙태 밀거래 법’이 낙태시술을 위한 타주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승낙 없이 낙태시술을 위해 주 경계선을 넘는 미성년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아이다호주는 낙태법을 제정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울 래브래더 법무장관은 미성년 임신부에게 타주 낙태시술을 권하는 의료 관계자들을 기소하겠다는 위협적인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취하했다.
아이다호 원주민 연맹(IIA)의 공동 창설자인 타이 심슨은 이 법이 의료환경이 열악한 오지의 원주민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원주민 환자들은 병원에 가기 위해 2~5시간 운전하기 일쑤이며 가장 가까운 의료시설을 주 경계선 밖에서 찾을 수도 있다고 항변했다.
IIA는 아이다호가 탄생하기 훨씬 전에 원주민 부족들이 연방정부와 체결한 조약에서 보장받은 자치권을 ‘낙태 밀거래법’이 침해한다고 지적하고 지난 11일 보이지 연방지법에 제소했다. 이 소송에는 낙태옹호 단체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원고로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