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호감을 품은 국민의 비율을 따질 때 한국이 주요국 가운데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는 상대적으로 저조해 대조를 이뤘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7일 공개한 2023년 글로벌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에 호감을 갖는 이들은 79%였다. 이는 조사 대상인 주요 23개국 가운데 폴란드(93%), 이스라엘(87%)에 에어 세 번째였다.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이스라엘은 10년째 80%대 호감도를 유지했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작년 이후 2년 연속으로 90%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다른 동아시아 동맹국인 일본인들의 미국 호감도는 73%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영국(59%), 독일(57%), 프랑스(52%) 등 유럽에 있는 미국의 안보 동맹국들은 23개국의 중앙값 59% 근처에 머물렀다.
미국에 호감을 갖는 한국인의 비율은 2003년 46%이던 것이 점점 상승해 작년에는 89%까지 치솟았다. 이 비율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이던 2020년 한때 59%로 떨어졌다가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77%로 반등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안보와 통상에서 공공연하게 일방적인 대외정책을 펼친 바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많은 국가에서 트럼프 집권기에 미국에 기록적으로 낮은 호감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대한 전반적 호감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서로 다른 사안인 것처럼 나타났다.
한국인 중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신뢰한다고 답변한 이들은 59%로 미국에 대한 호감도 79%와 대조됐다. 조사 대상 23개국은 중앙값은 54%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신뢰를 보내는 한국인의 비율은 작년에 70%였다가 올해 급락했다.
신뢰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83%를 기록한 폴란드였고 케냐, 스웨덴(이상 76%), 이스라엘(68%) 등이 뒤를 이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헝가리, 아르헨티나, 멕시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불신하는 비율이 50%를 넘었다.
퓨리서치센터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대다수 국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프랑스와 한국에서 전년보다 떨어졌다"고 주목했다.
미국이 대외정책을 결정할 때 다른 나라의 이익을 고려하는지를 묻는 물음에 조사 대상국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1%에 달한 반면 이스라엘은 80%가 '그렇게 한다'고 답변했다. 일본과 영국에서는 그 비율이 반반 정도였다. 프랑스, 스페인, 헝가리, 이탈리아, 그리스,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는 미국이 다른 나라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과반이었다.
미국이 다른 나라 내정에 개입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23개국 중간값은 82%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미국이 기여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 중간값은 61%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가 어디냐는 물음에 각국의 답변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엇갈렸다.
한국은 83%가 미국이라고 답변에 이 부문에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비율이 높았다. 스페인, 그리스,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호주에서는 중국이라고 답변한 이들이 더 많았다.
퓨리서치센터는 여러 항목의 결과를 종합해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기관은 "미국의 글로벌 이미지는 세계무대에서 하는 행동으로 형성된다"며 "조사에서 나타나듯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여론은 복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지만 대다수가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한다고 본다"고 글로벌 인식을 요약했다.
이번 조사는 각국을 대표하는 성인 표본 2만7천285명을 골라 올해 2월 20일부터 5월 22일까지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