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자신감 갖고 이 세상 살아가기

2023-06-29 (목) 최형무/전 저널리스트^변호사
크게 작게
사회적으로나 직장에서나 또는 학교에서 상당히 성공하고 능력 있고 나름대로 잘 나가는 사람들이 내면적으로는 자기가 사실 그럴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능력이나 재능, 또는 업적에 대해 스스로 의심을 하고, 이것이 사기라는 것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공포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심리학에서 ‘사기꾼증후군(Imposter Syndrome)’ 이라고 한다는 것인데, 이같은 증상이 주로 직장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아나가는 여성들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또 한 학생들 중 주로 마이노리티 즉 소수인종의 학생들 사이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얼마동안 근무했던 직장에서, 직원 소양 내지 업무 향상을 위해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택할 수 있는 세미나 중 ‘사기꾼증후군’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코스가 있었다. (이 코스를 택하지는 않았으나) 아, 이런 것도 직장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런 현상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을 수 있었던 좋은 교육이나 사회적 성공에 대해 자기들이 그런 자격이 있지 않으며, 공평하지 않다고 내면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그렇지 못한 상황에 있는 친구나 가족들을 보며 느끼는 일종의 숨겨져있는 죄의식인데, 그로인해 자기가 성공할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으로 성공을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자아존중감을 가져야 한다. 여성과 소수인종이 이같은 피해자가 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로 대우받았던 상황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지금 미국에서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눈부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였다. 미국에서 여성들의 투표권이 인정된 것은 1920년 수정헌법 19조가 제정되며 시작되었다. 그 전에는 여성들이 정치적 대표자를 선출하는 투표에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법조인이 되기 원해 입학하는 로스쿨 학생들을 예로 든다면, 지금은 절반이 넘는 55퍼센트가 여성이다.
60년 전인 1963년에는 단지 4퍼센트가 여성이었다. 연방대법원 판사로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은 샌드라 데이 오코너 판사는 1952년에 스탠포드대 법대를 상위권 10퍼센트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시 어떤 로펌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고 발전했으나, 2019년 현재 미국내 로펌의 지분을 갖는 파트너 중 여성은 5명 중 1명, 소수인종은 약 7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인학생들의 경우도 남들이 알아주는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는 수많은 학생 수에 비해 기업이나 로펌에서 상위직으로 성공하는 수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고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기꾼증후군’과 또 다른 개념으로, 사회학에서 말하는 ‘매튜효과(Matthew Effect)’라는 것이 있다. ‘매튜효과’에서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당시의 부유한 집안, 친구들, 사회적 인기와 같은 사회적 연결고리의 차이로 인하여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성공에서 부익부빈익빈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매튜효과’라는 이름은 사회학자들이 성경 마태복음에서 그 용어를 따왔다고 한다. 마태복음 25장29절 달란트의 비유에서,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고 했고, 13장 11~12절의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과 관련한 비유에서,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고 했다. 사회학자들이 빌려다 쓰는 용어와 신학자들이 해석하는 의미가 동일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아주 불리한 위치에 있는 소수자들이 자존감을 갖는데 있어, 2002년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의 자세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한다. 월드컵대회 1년 반을 앞두고 초빙되어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기술이나 기량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축구가 아닌 현실에서, 만약 원래 자신감이 충만하기보다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내성적인 사람은 또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으니, 세상은 서로 돕고 살도록 되어있는 것 같다.

<최형무/전 저널리스트^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