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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결국 실패의 이야기”...‘부커상 후보’천명관 작가 시애틀서 북토크 열어

2023-06-14 (수)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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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W 조희경 교수와 대화형식…최시내 단장 영어 통역

“소설은 결국 실패의 이야기”...‘부커상 후보’천명관 작가 시애틀서 북토크 열어

천명관(왼쪽) 작가가 지난 7일 시애틀 도서관에서 UW 조희경(오른쪽) 교수와 대화를 하고 최시내(가운데)씨가 통역을 하는 방식으로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부커상’후보였던 천명관 작가가 시애틀을 찾아 소설과 문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불린다.

비록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천명관 작가는 19년 전인 2004년 자신이 썼던 <고래>라는 소설로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오르면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천 작가의 소설 <고래>가 이처럼 부커상 후보까지 오른 것은 이 소설이 지난해 영문으로 번역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천 작가는 시애틀에 있는 Third Place Books와 시애틀도서관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지난 7일 시애틀중앙도서관에서 북토크 행사를 가졌다. UW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조희경 교수와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2살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온 샛별무용단의 최시내 단장이 천 작가가 한국말로 하는 이야기를 곧바로 이해하고 영어로 번역해 외국인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통역 실력을 발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천 작가는 이날 소설 <고래>는 물론 문학과 관련된 전반적인 자신만의 생각과 삶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왜 소설이나 시나리오 등 이야기를 쓰느냐”는 질문에 천 작가는 “결국 소설은 실패의 이야기”라는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내가 작가가 된 첫번째 이유는 잠을 잘 자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잠을 청하기 위해 베개를 대고 나면 보통 1시간 이상씩 뒤척이다 잠이 들곤 하는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이 다양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는 “잠을 못자는 것은 뭔가에 실패를 했기 때문인데 욕망에 대한 좌절과 실망 등을 인지하게 되지만 사람들은 보통 그것을 인지해도 인내하면서 살아간다”면서 “내가 어릴 적 기대하고 생각했던 세상이 아닌 것에 대해 다시 세상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천 작가는 5분 이상 집중을 할 수가 없어 고등학교때 반에서 성적으로 꼴찌를 했고, 고등학교 졸업후 골프용품 판매, 보험 외판원 등을 전전하다 30대부터 충무로로 나가 시나리오 작가가 됐으며 마흔 살에 동생의 권유로 첫 소설을 쓴 이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다.

시애틀을 처음으로 찾았다는 천 작가는 “어긋난 세상을 다시 상상해 다시 구축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가 돼서 이렇게 미국까지 와서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면서 “내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토크 행사는 세계적인 한국 작가를 초청한 행사였지만 교통이 복잡한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열린데다 주최측이 제대로 홍보를 하지 않으면서 30여명만 찾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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