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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가족여행 가운데 경험한 놀라운 축복들

2023-06-08 (목) 김태훈 목사 (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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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목회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그러니까 약 20년 만에 한 주일을 비우고 온 가족이 함께 한국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둘째 딸이 내년 1월에 결혼하는데 그전에 온 가족이 함께 여행하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하는 딸의 간청을 들어준 것이다. 이제까지 목회한답시고 두 딸 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서 딸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는데 이번 부탁까지 들어주지 않는다면 아마도 나를 더 이상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으로 인하여 승낙한 것이었다. 하지만 출발 과정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둘째 딸이 나에게 두 주일을 빠지고 가족여행을 갈 것을 요구했고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교회를 위하여 한 주일 이상 빠질 수 없다 하며 서로 조금도 양보가 없는 대립이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둘째 딸과 아내가 며칠 먼저 한국으로 출발하고 큰 딸과 나는 주일을 보내고 나중에 출발해서 한국에서 만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떠난 가족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축복을 경험했기에 함께 나누길 원한다.

첫째, 관계는 부딪히면서 깊어진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경험하게 되었다! 성년이 된 자녀들과 함께 24시간 그것도 12일 이상 같이 있다 보니 인격의 바닥까지 드러나게 되면서 여행을 시작한 처음 며칠은 정말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아내를 닮아서 개성이 아주 강한 연년생인 두 딸이 같이 붙어있다 보니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는 순간까지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다 보니 가족 여행이 즐거움이 아닌 고통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이런 분위기라면 굳이 여행을 왜 같이하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 이틀이 지나자 다툼이 줄어들고 서로를 포용하는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하더니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 두 딸 사이가 좋아지니 온 가족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서 드디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역시 관계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딪히면서 깊어지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다.

둘째, 온 가족이 조국인 한국을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한국에 방문을 하다 보니 정말 모든 것이 생소했다. 나로서는 10년 만에 방문이고 딸들은 20년 만에 방문한 것이다. 그러니 한국이 변화되었다고 하기보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이 아닌 완전히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지하철 타는 것도 헷갈렸고 버스도 잘못 타서 헤맨 적도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한국의 거리와 특별히 화장실이 너무 깨끗해졌고 사람들도 무척 상냥해서 가다가 길을 물어도 전에 갔으면 그냥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쳤는데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외국 사람들이 눈에 띄고 영어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져서 아주 신기했다. 세계의 각종 인종이 다 와있고 수많은 관광객이 한국에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한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졌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차올라왔다. 또한 어딜 가나 왜 그리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는지…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 즐비했다. 정말 음식의 천국이 따로 없었다. 자녀들과 함께 이곳저곳 다니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출발한 지 약 두 시간쯤 되었을 때 난기류를 만나면서 비행기가 아주 심하게 흔들렸다. 식사하고 있었는데 국그릇이 엎어질 정도로 크게 흔들렸고 약 30분간 지속되었는데 갑자기 큰 딸아이가 무섭다고 울기 시작했다. 사실 큰 딸은 이제까지 영적으로 방황하고 있었기에 죽음에 대해 더욱 두려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내가 큰 딸아이에게 복음을 다시 한번 나누고 예수 믿는 것을 거듭 확인하며 그리고 주일 성수하는 것을 약속받았다! 이제까지 그토록 부모로서 수년간 딸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애타게 노력을 해왔음에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만나면서 딸아이가 믿음을 갖기로 결단하게 된 것이다! 나로서는 무엇보다도 이번 가족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또다시 가족 여행을 함께 가는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

<김태훈 목사 (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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