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은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생입니다. 모범생은 주어진 문제 안에서 모범답안을 찾는 사람이고, 주어진 세계에 순응하여 시키는 일을 곧이곧대로 잘 따라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일에 부딪히게 되면 겁을 먹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은 종교적 모범생들이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주어진 율법에 충실하면서 기존 관습을 철저하게 따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바리새인들에게 예수님의 가르침은 기존 세계를 흔드는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과 그를 따르는 제자들을 질시하고 박해하였던 것은 자신들이 속한 세계를 위협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모범생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면 칭찬을 받고, 엉뚱한 일이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을 하면 야단을 맞는 것처럼, 바리새인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였습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은 사회적으로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한 왕국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모세오경에는 십계명(출 20장;신 5장)을 비롯하여 계약법전(출 20:22-23;33)과 성결법전(레 17~26장), 그리고 신명기 법전(신 12~26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민법과 형법 등은 농경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3대 절기인 유월절과 오순절, 그리고 초막절도 출애굽을 통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기념하는 것이지만, 그 시기를 보면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유월절은 봄의 절기이고, 오순절은 보리와 밀의 수확과 관계되어 있으며, 초막절은 포도 수확 등, 가을 추수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등, 자신들의 뿌리를 유목문화 속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농경문화에 기반을 둔 왕국 시대의 지도자들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종교혼합주의에 빠졌을 때 레갑족과 같이 유목 생활을 지켜 온 사람들은 여호와 신앙의 순수성을 유지하였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가 레갑 사람의 가문에게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너희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순종하여 그의 모든 규율을 지키며 그가 너희에게 명령한 것을 행하였도다 그러므로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레갑의 아들 요나답에게서 내 앞에 설 사람이 영원히 끊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렘 35:18~19)
레갑은 본래 미디안 광야의 유목민들로 장막 생활을 좋아하는 겐 족속이었습니다(대상 2:25). 레갑의 아들 요나답은 당시 이세벨과 아합왕의 종교혼합주의에 따른 종교적 타락에서 벗어나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기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후손들인 레갑 족속이 “평생 포도주를 마시지 아니하며”(렘 35:8), “장막에 살면서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대로 다 지켜 행하였노라.”(렘 35:10)고 한 예레미야 선지자의 말씀은 레갑 족속이 농경 문화적인 쾌락, 사치와 종교적 타락 같은 세속화에 물들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농경문화는 정착민들을 중심으로 한 제도사회로 모범생들이 이끄는 사회입니다. 반면에 유목문화는 항상 새로운 곳을 찾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생들이 이끄는 사회입니다.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 지방을 떠나 하란을 거쳐 가나안으로 왔습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히 11:8)
아브라함의 삶은 모범생의 삶이 아니라 모험생의 삶이었습니다. 아브라함과 조카 롯은 똑같이 갈대아 우르 지방을 떠나 하란을 거쳐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왔지만, 자기 눈에 보기에 좋은 곳에 안주하려고 하였던 롯은 이방인의 조상이 되고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 끊임없는 도전을 하였던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의 여덟 번째 습관은 성공한 사람의 뒤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험생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삶으로 앎을 가꾸어 나가는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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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대 목사(에벤에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