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완연한 봄을 가리킨다. 날씨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철을 잊은 비바람에 수은주는 수시로 체감온도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친다. 한국도 봄 같지 않은 봄의 연속인 모양이다. 꽃샘추위가 물러나면 짙은 미세먼지가 덮친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불교는 최근 잇따라 의미있는 큰 행사 두 가지를 소화했다. 불기 2567년(서기 2023년) 3월23일(이하 한국시간)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사 조계사에서는 상월결사 인도성지 도보순례 회향식이 봉행됐다. 앞서 3월19일 정토회는 제2차 만일결사에 입재했다.
◇상월결사, 인도성지 도보순례 회향 : 불교신문 등에 보도된 상월결사 인도 8대성지 순례기간은 43일, 순례거리는 1167km다. 그러나 J스님, Y교수(정의평화불교연대 대표) 등은 보여주기 쇼라고 비판한다. 가는 날(2월9일)과 오는 날(3월23일)과 현지행사 등 도보로 이동하지 않은 날을 빼면 35일, 도보순례 거리는 872Km라는 것이다.
상월결사 도보순례를 옹호하는 대중은 펄쩍 뛴다. 자승 스님 등의 과거 흠을 들어 오늘의 행위까지 쇼라고 깎아내리고 나중에 물의를 일으킬 것이라는 관심법까지 동원해 몰아붙이는 것은 불자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월결사 순례 초기에 정토행자 순례차 인도에 있었던 법륜 스님이 상월결사 행사에 동참했음을 의미있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사부대중 약 3만명이 함깨한 회향식(사진 왼쪽)에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보도순례가) 한국불교의 중흥과 국태민안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은 “부처님은 평생 최선을 다해서 중생의 이익을 위해 법을 설했는데 오늘날 우리 승가는 누구 하나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부처님 믿으라고 전법하는 이가 없다”며 “전법에 나서자” 강조했다. 박보균 문화관광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낭독했고 참가자들은 원력문에 맞춰 108배를 올렸다.
◇정토회, 제2차 만일결사 입재 :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우승 등 1990년대 전반기 세계마라톤을 호령했던 황영조. 그는 올림픽마라톤 2연패라는 국민적 여망을 안고 1996년 봄 국가대표선발전 겸 동아마라톤에 나섰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뛰지 다음에 또 뛴다 생각하면 못뜁니다.” 마라톤의 달인 황영조는 레이스 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레이스중 다리 근육이 뭉치는 바람에 4위로 처져 국가대표 탈락, 이때부터 이봉주 시대 개막.)
법륜 스님 지도하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모토로 1980년대 후반(당시 최석호 법사) 결성된 정토회는 지금 2시간10분 남짓 마라톤레이스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긴 수행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무려 30년 프로젝트다. 물론 고통의 마라톤 레이스와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남녀노소 정토행자들의 만일결사 도전은 보통 아니다.
처음도 아니다. 1993년 3월에 시작한 제1차 만일결사는 작년 12월에 회향됐다. 정토행자 1250인의 인도 성지순례 등 석달간 재정비에 이어 19일 조용히 제2차 만일결사의 첫 천일결사에 돌입한 것이다. 매 천일결사가 끝나면 2,3개월 재정비 기간을 갖는다. 그래서 만일결사가 얼추 30년으로 정리된다.
국내외 약 7,500명이 접속한 동영상 입재법회(사진 오른쪽)에서 법륜 스님은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묻고 수행 전법 사회적 실천을 거듭 강조하면서 제1차 만일결사가 씨뿌리는 결사였다면 2차 만일결사는 싹을 키워나가는 결사라고 정의했다. 제2차 만일결사가 끝나면 스님은 100세가 된다. 그걸 두고 별다른 설왕설래는 없다. 다만 할 뿐이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08배, 수행일지 작성, 하루 1달러(한국 하루 1,000원) 보시 등 ‘행자들의 의무’가 있다. 목표는 모자이크 붓다. 개개인은 미미하지만 너는 너만큼 나는 나만큼 원력을 모으고 실천해 각자 붓다의 일부 몫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대하소설 <인간시장>과 <대발해>를쓴 김홍신 작가는 축사를 통해 “제 나이가 76세니까 2차 만일결사를 완주하면 106살까지 살아야 한다”며 “그래서 가능하면 죽어도 살아있으려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