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 에세이 - 성철 대종사 열반 30주년을 보내며

2023-03-27 (월) 홍효진/ 뉴저지 보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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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은 세 살 먹은 아이라도 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선인들이 수없이 말했건만 성철스님이 하신 말로 세상이 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이에 따라 그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큰 산은 큰 울림이, 작은 산은 작은 울림이 메아리치듯,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전해진다. 어린애가 ‘산은 산, 물은 물’이라고 하면. 보이는 대로 말하는 것으로 알고, 사기꾼이 그리 말하면 이번에 무슨 사기를 치려고? 라며 해석할 것이다.

성철 스님의 산은 보이는 대로 산이 아니요, 산의 생명을 끊고 터널을 뚫으려는 산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산이니 마음을 바르게 닦아 바르게 보라는 뜻이다. 그리하면 어제 보았던 산과 오늘 보는 산은 다르게 보인다.


스님께서 조계종 종정으로 취임하던 1981년, 조계종은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자들이 파를 만들어 극심한 대립 투쟁으로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며 인상을 찡그리던 때이다.
‘산은 산, 물은 물이로다’ 하는 법어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전에 마음을 돌아보라는 청천벽력 같은 외침으로 조계종은 물론 종교계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았지만. 습관이 된 행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난 3월 19일, 경기도 하남에 있는 정심사에서 성철 대종사 사리탑은 3층 나무 건물로 그 안에 성철스님 설법상을 봉안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성철 큰스님은 대한민국이 낳은 훌륭한 스님이요, 종교인이요, 성인으로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길이길이 존경받는 언행을 보여준 분이다.

스님은 수행 방법으로 잠잘 시간에 눕지 않고 앉아서 잠을 자는 8년 동안 장좌불와로 유명한데, 24시간 마음이 깨어 있으려면 누워서는 안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8년 수행을 하니 이제는 누워도 마음이 잠들지 않음 ‘숙면일여’를 보았다.

그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제자를 가르치고, 신도를 감싸주었다.
하루는 뇌성마비로 혼자 앉아있기도 힘들어하는 아이 엄마에게 매일 천배를 시키라고 스님은 단호히 권했다.

하여 7살인 아이는 23년이 지나도록 매일 천배를 하여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동양화가로 활동하는 한경혜씨 스토리가 있다.
23년 매일 절한 한경혜 씨가 대단하지만, 스님은 한 번 절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매일 천 번 절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았고, 그리하면 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어떻게 아셨을까?

그처럼 현실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스님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하는 신도들의 마음이 미국에서도 피어나 뉴저지에 성철 스님을 잊지 않고 모시며 수행하는 절이 생겼다.

근래 들어, 훌륭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님이라 하면 미국의 후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스님과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프랑스와 미국에서 활동한 틱낫한 스님이 떠오른다. 두 스님은 세상에 마음의 평화와 자비를 전한 것으로 유명한데, 성철스님은 자기 스스로 평화와 안정을 구해야 한다는 수행을 우선한 스님이다.

해서 당신 스스로 엄격한 수행을 하여 성취를 얻었고, 그런 수행을 제자들과 신도들에게 가르쳤다.
지금 세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서 보듯 자기 탐욕과 이익을 우선 챙기려는 자들에 의해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자신의 본모습은 탐욕이 아닌 평화요 자비임을 분명히 보고, 그 길을 향하고 걸어가라는 성철 큰스님의 외침을 새삼 새겨 보았으면 하는 아침이다.

<홍효진/ 뉴저지 보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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