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자 이중표 박사(전남대 명예교수) 철학자 정영근 박사(서울과기대 명예교수) 물리학자 양형진 박사(고려대 교수) 등이 교수진으로 참여하는 붓다나라(www.buddhanara.or.kr) 열린불교대학이 지난달 26일 서울 조계사 인근 한국불교문화기념관에서 깨달음에 관한 첫 대중강연을 했다. 그중 양형진 교수의 “현대물리학으로 본 연기법” 강연(사진)을 간추려 소개한다. 전체 강연 및 질의응답은 붓다나라와 불광미디어의 유튜브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편집자>
(정영근 학장의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강연과 이중표 대표의 붓다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강연의 핵심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잘못 알고 있는 그게 과학적으로 뭔가, 그 얘기를 하겠다. 과학과 불교의 공통점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 현실의 참모습이 뭐냐 보려는 것이다. 기차 안에서 물을 마시면 그 물과 그 컵의 속도가 얼마인가. 내가 보면 내 앞에 정지해 있는데 기차 바깥에 있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빨리 날아간다. 누구 말이 맞는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거다.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지 그 대상 자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이게 연기다.
양자역학에서 빛은 어떤 때는 입자로 보이고 어떤 때는 파동으로 보인다. 자, 내가 어저께 도둑질을 했는데 지금은 착하게 산다. 도둑놈이 오늘 착하다,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왜 가능한가. 양자역학에서 이를 이중성이라 한다. 내가 그놈을 입자라고 하고 파동이라고 할 뿐이지 그놈은 입자였던 적도 파동이었던 적도 없다. 입자다 파동이다 하는 건 우리의 생각이다. 경전을 보면은 부처님은 어떻게 무슨 말씀 할 때마다 끝에 가서는 12연기 얘기하시는 걸 처음에는 답답하다 생각했는데 사실 그것밖에 없다. 다만 우리가 대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는 북극성 있는 곳을 북쪽이라 하는데 북극에 다다르면 북극성은 머리 위에 있다, 그럼 머리 위가 북쪽인가. 그 순간 동서남북과 상하가 다 사라져버린다. 방향은 원래 없고, 북극과 나 사이에 관계만 있는 거다. 우리가 아는 세계는 다 이렇다.
이 사과의 붉은색이 어디서 나왔나. 붉은색과 노란색과 녹색을 자극을 받는 세포가 있지만 뇌가 붉은색이라고 해석하는 거다. 그 전까지는 없었고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다. 아까 이중표 선생님이 생은 무명에서 만들어졌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의 식은 연기로 나타나는 세계에 대해 명색을 부여한다. 동서남북 상하와 빨간색이 본래 없음에도 우리의 식은 동서남북 상하와 빨간색이라는 명색을 만들어 낸다. 무명에 의지해서 행이 나타나고 행은 무언가를 조작하여 만들어내려 한다, 본래 없는 것을 조작해 만들어낸다. 그래서 (고등어에게 물어보면 짜다고 하지도 않는데) 바닷물이 짜고 (고양이게 물어보면 달다고 하지도 않는데) 설탕물이 달고 사과가 빨갛고 하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유위법이라 한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일체유위법은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 유위법을 실체라고 착각하면서 산다. 이 모든 게 식이 조작해냈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마음은 재주가 많은 화가와 같이 일체를 다 그려낸다. 그 다음에 나오는 말은, 만약에 마음이 모든 것을 두루 만들어낸다는 것을 안다면 그는 곧 부처를 본 것이다, 부처의 진실한 성품을 깨달아 안 것이다. 그래서 학장님이 처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깨달음이라는 건 신비한 게 아니라 이거를 알아차리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는 말로 제 이야기를 마치겠다.
<제공 : 붓다나라 열린불교대학, 요약정리 :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