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메리칸 드림이 홈리스로 전락”...한인비상기금 수혜 신청자들 눈물로 쓴 사연 절절해

2023-02-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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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F 이사회 “동포사회 따뜻한 온정이 희망으로 승화”

“아메리칸 드림이 홈리스로 전락”...한인비상기금 수혜 신청자들 눈물로 쓴 사연 절절해

지난 22일 쇼어라인 한식당에서 열린 한인비상기금 이사회에서 참석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이민 길에 올랐던 타코마지역 한인 Y씨는 환갑을 맞이한 나이에 홈리스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민자들이 겪는 힘든 적응 과정 속에서 가정이 깨지는 아픔으로 혈혈단신이 된 그는 10여년전 스트로크를 맞아 오른쪽을 쓸 수 없는 반신불수가 돼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어 수입이 거의 없어졌다.

한 달 전에는 갑자기 심장마비까지 찾아와 응급실 신세를 져야했고, 정부에서 주는 생계보조비(SSI) 430달러와 푸드뱅크로 생활을 하는 처지가 되면서 아파트세를 내지 못해 결국 홈리스가 돼 Rise 센터라는 홈리스 쉘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저녁에 잠만 자고 낮에는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고 있지만 불구가 된 몸 때문에 일자리로 얻지 못하고 있다.

Y씨는 대한부인회를 통해 이번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신청하면서 “잘 살아보겠다고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홈리스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지난 22일 오후 쇼어라인 한식당 산마루에서 열린 ‘한인비상기금’(KEFㆍKorean Emergency Fund) 결산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진과 사회봉사 기관 관계자들은 35명에 달한 수혜 신청 사연들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 침체 등의 여파가 계속되고 육체적ㆍ정신적 건강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Y씨처럼 하루 아침에 홈리스가 되거나, 혹은 평생 다니던 직장이나 사업장을 잃은 한인, 각종 암이나 스트로크 등에 시달리는 한인들이 넘쳐났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이처럼 한인사회에 불우이웃들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따뜻한 온정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입을 모으며 “동포사호의 따뜻한 온정이 희망으로 승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안상담소(ACRS)에서 노인업무를 당당하고 있는 이윤선 슈퍼바이저는“몇년 전 그야말로 좌절 속에서 KEF의 성금을 받은 한 부부가 다시 일어서 자원봉사기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이젠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을 전해들었다”면서 “한인불우이웃돕기 성금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떠나 삶의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슈퍼바이저는 “KEF 펀드에 대해 ACRS에 소개를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민족들이 모두 감탄을 했다”면서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인생활상담소 김주미 소장도 “현재 상담소가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을 찾는 한인들도 넘쳐나고 있다”면서 “동포사회에 어려운 이웃들이 많은데 그나마 사랑의 손길이 많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본보 캠페인은 경제적 고통으로 시달리는 동포들에게‘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자는 취지로 38년 전인 1985년부터 시작됐고, 현재는 서북미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캠페인 창립 멤버인 박귀희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한국일보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의 역사는 워싱턴주 한인사회의 큰 역사이다”고 평가했으며 윤부원ㆍ곽종세ㆍ신도형 이사도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넘쳐나는데 이들에게 큰 도움을 못줘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작은 희망이라도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 진행을 맡았던 황양준 이사는 “한인들의 동포애가 가득 담긴 성금이 힘든 한인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소망, 그리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면서 “다시 한번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본보는 11월 추수감사절부터 이듬해 1월말까지 집중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한부인회ㆍ한인생활상담소ㆍACRS 등 3개 전문기관을 통해 수혜자 신청을 접수한 뒤 2월 중 이사회를 열어 공정하게 배분하고 있다.

연방 정부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기탁자들에게 세금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KEF’를 통해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명 정대하게 집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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