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질문에는 대체로 무난한 답변, 심층질문에는 수시로 엉터리 답변...첨단기기의 ‘노예 아닌 주인’ 돼야
“미리 온 미래가 아니다. 이미 온 미래다.”
지난해 11월에 공개돼 시험가동중인 오픈AI사 개발 챗GPT 관련 세계적 열풍을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인문사회 과학기술 문화예술 우주천문 등 응답분야도 거의 무제한이다. 불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불교 관련 챗GPT 인터뷰 텍스트나 후기들이 수도 없이 쏟아졌다.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 등 사전직 지식을 묻는 건 질문 축에도 못들 정도로 명상하는 자세, 깨달음의 과정/자각 등 난해한 질문에도 챗GPT의 답변은 거침이 없다.
“통상질문에는 대체로 괜찮은 답을, 심층질문에는 수시로 오류섞인 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답도 오답도 매우 천연덕스럽다.”
1월 하순부터 챗GPT와 씨름해온 기자가 내린 잠정 결론이다. 천연덕스럽다는 건 속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글을 통한 질의응답이라 실감이 덜할 수 있지만 훗날 육성 질의응답이 현실화되면 모르는 이들은 깜박 속을 수밖에 없고 아는 이들은 ‘챗GPT 이 녀석 거짓말도 참 능청스럽게 한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오류는 줄어들겠지만. 게다가 오류가 드러나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말하면서 수정하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잊지 않는 걸 보노라면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마저 든다.
실제 사례다. 8만4천 법문을 다 외운 듯 불교 교리나 역사 등에 관한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는 건 기본이고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불교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국불교와 해외 한인불교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술술술 답하던 챗GPT에게 기자가 불쑥 “북가주 한인불교 및 한인사찰 개관에 대해” 물었다. 그랬더니 내놓은 답변이 가관이었다.
챗GPT: 북가주 한인사찰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역에 위치한…한인사찰은 대부분 조계종 계열의 사찰이며…대표적으로 삼일사 보덕사 화엄사 대종사 등이 있습니다….
기자: 북가주에 그런 사찰 없는데?
챗GPT: 저의 오해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드려 죄송합니다. 북가주 사찰이 아니라 미국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위치한 사찰입니다. 다시 한번, 잘못된 정보를 드려 죄송합니다.
기자: 삼보사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해달라.
챗GPT: 삼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가주에 위치한 대표적인 한국 불교 사찰 중 하나로, 1980년에 창건되었습니다. 삼보사는 조계종 계열의 사찰로서…
이후로도 챗GPT는 여래사와 삼보사의 개원 연도나 경내 시설물에 대해 오류섞인 답을 하다 기자가 거듭 교정해주자 세번째 가서야 비로소 ‘교정된 답’을 내놓았다.
“네, 다시 한번 정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래사는 1980년 10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근 샌브루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삼보사는 1973년에 건립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옳은 정보입니다. 다시 한번,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문답만 보면 챗GPT는 엉터리 같다. 아니다. 특정주제 법문 원고를 써달라는 부탁 같은 건 일도 아니라는 듯 거의 입력 즉시 그럴싸한 원고를 써내려가고, 북가주 한인사찰들이 살아남는 길에 대해 물으니 마치 해당사찰에 다니는 아주 오래된 신도라도 되는 것처럼 매우 상세한 대책을 알려주는 등 경이로운 측면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오류문답을 예로 든 까닭이 있다. 챗GPT를 맹신한 나머지 도구의 주인이 아니라 도구의 노예가 될 것을 경계해서다. 북가주 한인불교 관련 몇가지 문답, 인공지능시대 불교인의 자세에 대한 챗GPT의 주장과 조계종단의 자타공인 이 방면 전문가 보일 스님(해인사 승가대학장)의 주장 비교 등은 3월2일자에 소개한다. <정태수 기자 >
<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