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같은 규모 7.8 지진 발생시 샌프란시코에서도 3,900채 건물이 폭삭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7.8과 7.5)으로 4만6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벽돌식 저층 건물과 비연성(non-ductile) 콘크리트 건물이 많아서였는데, SF에도 이같은 건물이 4천채 있다는 것이다.
SF시 도시개발부 책임자인 브라이언 스트롱은 "벽돌을 쌓아올린 저층 건물 또는 지진 발생시 좌우 흔들림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가장 많이 밀집된 지역은 다운타운, 사우스마켓, 텐터로인"이라며 "대부분 상업용 건물이지만 주거용 건물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베이지역에서 수십년간 일한 후 은퇴한 구조엔지니어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은 철근 수직 기둥과 각 층을 이루는 수평면과의 결속이 약하다. 이런 상태에서 좌우 흔들림이 발생해 철근 기둥이 파열되는 순간 각층은 팬케이크(한층이 다음 층으로 연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될 수 있다"면서 튀르키예에서만 파괴되거나 철거가 필요할 정도로 손상된 건물은 10만채가 넘었고, 실제 1994년 노스리지 지진(규모 6.7) 때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져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계획 및 도심연구 협회(SPUR, San Francisco Bay Area Planning and Urban Research Association)의 사라 앳킨슨 '지진보강정책 매니저'는 "베이지역 전역에서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발견되지만 베이지역 도시정부들이 건물 소유주들에게 개보수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LA, 산타모니카, 웨스트할리우드 등 일부 남가주 도시들은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의 내진보강을 의무화하는 조례(ordinances)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과 틸트업(tilt-up, 직접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벽체를 제작하여 조립하는 공법) 건물 보강 의무화 기한은 팬데믹으로 연장돼 산타모니카의 경우 건물주에게 통보된 시점부터 10년, 웨스트할리우드는 20년, LA는 25년이다. 스트롱은 SF시도 지난 10월부터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안전 프로그램 일환으로 조례안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베이지역에서 향후 30년 동안 규모 6.7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72%, 규모 7.0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51%, 규모 7.5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20%이다.
최대 규모 7.0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헤이워드지진대는 1868년 이후로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고, 1906년 샌프란시스코 규모 7.9 지진과 1857년 중가주 규모 7.8 지진은 샌안드레아스 지진대에서 발생해 베이지역은 빅원 위험에 놓여 있다. 규모 7.8 지진의 경우 히로시마 원자폭탄 32개 동시 폭발과 맞먹는 파괴력으로 피해는 엄청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비보강조적조 건물(unreinforced masonry buildings, 강철철근이 없거나 거의 없는 벽돌, 석재 등 비보강 콘크리트 건물) 및 연성층 건물(soft-story building, 단층이 아닌 건물이나 아래층에 주차공간이 있는 건물)의 내진보강공사를 의무화했다. SF시에 따르면 연성층 건물의 90%는 보강됐고, 비보강조적조 건물의 95%가 보수 또는 철거됐다. 그러나 스트롱은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파악은 구조엔지니어의 평가가 필요하기에 쉽지 않다면서 연성층 건물 보강은 건물당 대략 7만5천달러가 들지만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보강은 스퀘어피트당 40~200달러가 들어 훨씬 비싸다고 밝혔다. 프리드먼은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보강비용이 비싸지만,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갈 수 있는 건물을 속히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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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