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법조삼륜’이란 게 있다. 법조계의 판사와 검사, 변호사를 일컫는 말로 이들 3자가 3개의 수레바퀴가 되어 법조계라는 마차를 끌고 간다는 뜻이다. 검사는 공익을 대표하여 법을 어긴 자들을 처벌해달라고 기소하는 역할을, 변호사는 약자 편에서 이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판사는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 대해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죄를 심판하는 게 대부분 국가의 사법시스템이다.
각종 범죄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는 1차 보호막이 경찰이라면 검사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법에 맞게 범행 증거물을 포장하여 판사와 배심원에게 전달한다. 또, 플리바게닝으로 대부분의 형사사건이 종결되는 미국 사법시스템 상 검사는 유죄 판결만을 쫓지 않고 피의자의 형편을 감안하여 합리적인 협상을 유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검사는 미국 땅에서 장차 판사나 정계 진출을 꿈꾸는 젊은 법조인들에게 반드시 거쳐가야하는 코스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검사의 전성시대는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검사 수난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예로 뉴욕주의 경우 헥터 라살(Hector LaSalle) 뉴욕주 대법원장 지명자가 지난달 뉴욕주 상원 법사위원회의 문턱에 걸려 인준을 받지 못했다. 표면적 이유로는 검사 출신 라살의 과거 행적에 노조와 인권, 여성단체 등에 적대적 성향이 문제시되었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시위 발단의 장본인 경찰과 거의 한통속인 검찰 출신을 사법부 수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정서가 더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의 수난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2년4월3일자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 한 해에만 500여 명 정원의 맨해튼과 브루클린 검찰청에서 검사 5분의 1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 3개월 동안에는 맨해튼 검찰청에서 44명, 브루클린 36명, 브롱스에서 28명의 검사가 또 짐을 쌌다.
왜 선망의 대상이었던 검사들이 무더기로 떠나는 걸까?
뉴욕타임스는 우선 박봉을 문제로 삼았다. 뉴욕시 검사의 초봉은 대략 7만2,000~7만5,121달러 사이인데 이는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의 연봉 21만5,000달러의 거의 1/3 수준이다. 이보다 중요한 이유로 2020년 새롭게 바뀐 ‘증거물 교환법’을 들었다. 개정 법률에 의하면 검사는 형사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자기가 보유한 증거목록을 미리 피의자에게 제공토록 변경됐는데 이 업무가 의외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총기사건의 경우 검사는 총기관련 증거뿐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수십 명의 인사카드 징계기록부터 당일 근무일지, 경찰관 카메라나 현장 CCTV의 영상파일까지 모두 찾아내 피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법정기간 내에 지키지 않으면 사건이 자동 기각되고, 그동안의 수사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최근의 ‘맨해튼 인스티튜트’ 보고서에 따르면 증거물교환법 개정 후 2021년 뉴욕시 형사사건 중 무려 69%가 기각되었다. 법 개정 전인 2019년의 44%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심지어 경범죄 기각률은 49%에서 82%까지 치솟았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수호자’라는 자긍심 하나로 버티던 검사들이 저조한 실적에 보람을 느끼지 못해 검찰을 떠나고, 남은 검사들은 떠난 동료 몫까지 떠맡다보니 업무폭주로 기각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뉴욕시장실의 또 다른 통계는 2022년 뉴욕시 범죄율이 23.5% 증가했다고 우울한 소식을 전해준다. 검사의 수난시대가 바로 범죄의 전성시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법조계의 시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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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