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는 자와 보이는 물건이 둘 아니라고 가르쳤다. 약 2600년 뒤 현대물리학은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둘 아니라고 가리킨다. 결국 깨달음세계와 양자세계가 하나란 말인가. 워낙 심오한 경지라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다.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불심이 절로 우러나는 반듯하고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단기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찍는 이쪽도 찍히는 저쪽도 미처 다 카메라에 담지 못할 정도로 길고 넓은 선방, 빗질 걸레질을 금방 한 듯한 고동색 바닥, 그 패널 혹은 장판이 맞닿은 곳마다 들뜨지 않게 희노란 테이프로 붙여놓은 반듯반듯 가로 평행선들, 이것들과 교차하며 세로 평행선을 자아내는 방석과 방석들…
뭘 시작했다는 말도 뭘 시작한다는 말도 없이 다만 잔잔한 선율 속에 이런 장면이 10초 넘게 이어지다 문득 청천벽력 할(喝) 같고 경책(警策) 같은 물음이 화면 한가운데, 아니 선방 한가운데 자막으로 떨어진다.
“과연 내가 진정한 수행자인가?”
떨어짐과 동시에 질문은 방석 갯수만큼 자가복제돼 방석마다 미리 가서 똬리를 튼다. 그리고 이름 맞춰 찾아올 구도자를 기다린다. 또 몇초의 침묵이 흐른다. 이윽고 승복을 갖춰입은 구도자들이 경건하게 절을 올리는 장면으로 바뀌면서 엎드린 구도자들 위로 또 말없이 줄지어 포행하는 수행자들 위로 새 물음이 떨어진다. (사진)
“그렇다면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죽비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물음이 보태진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지난 연말 유튜브세상에 띄워진 한 불교동영상의 도입부다. “제2회 불이선회 1부 : 한국불교의 희망, 70여명의 스님들이 뭉쳤다! 3박4일간의 아름다운 수행기록”이란 긴 이름의 마음공부 동영상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 준비 진행 기록하고 동영상을 통한 회향까지 총괄한 두 주역은 월암 스님과 정목 스님이다. 월암 스님은 중국 베이징대에서 ‘돈오선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선율겸행(禪律兼行) 등 많은 저서를 쓴 학승이자 상당기간 전국수좌회를 대표했고 지금은 경북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을 맡아 승속불문 선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선승이다. 'SF여래사의 미래' 승원 스님이 지난해 여름안거 때 당초 방부를 들였던 소속사찰(속리산 법주사) 사정이 여의치 않자 용성선원에서 정진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은인도 월암 스님이다. 대한민국 최초 비구니 DJ로 널리 알려진 정목 스님은 유툽채널 유나방송을 통한 대중포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불이선회 수행다큐 제작도 유나방송이 맡았다.
제2회 불이선회 1부에서 월암 스님은 “깨어있는 삶(지혜)과 열려있는 삶(자비)” 그리고 "업력에 이끌리는 삶보다 원력으로 이끄는 삶"을 거듭 강조했다. 정목 스님은 대부분 후배들인 참가자들을 “오시는 손님들”이라며 “부처님 모시듯이 공경하는 마음”을 다짐처럼 되뇌었다.
지난해 여름 북가주를 시작으로 한국불교와 한류문화를 주제로 미국순회강연을 했던 탄허학 박사 1호 문광 스님을 비롯해 "저마다의 물음을 가슴에 품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뜻깊은 기회였다고 두손을 모았다. 시청자들이 주렁주렁 달아놓은 댓글들도 하나같이 감동과 감사로 충만했다. 유튜브에서 정목 스님의 유나방송을 검색어로 접속하면 최근 불이선회뿐 아니라 이전것도 여러편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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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