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위해 X선 유방촬영술을 받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방은 모유가 만들어지는 유선(乳腺)과 이를 옮기는 유관(乳管) 등 실질(實質) 조직과 이를 둘러싼 지방 조직으로 구성된다. 실질 조직이 많고 지방 조직이 적을 때를 ‘치밀(緻密) 유방’이라고 한다.
유방을 X선 촬영해 실질 조직 비중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한다. 이 중 유선 조직이 각각 50%, 75%를 초과하는 3~4단계를 치밀 유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치밀 유방 비율은 70~80%로 미국 여성(40% 내외)보다 아주 많은 편이다.
4단계 치밀 유방(실질 조직 75% 이상)인 여성은 실질 조직이 10% 미만인 여성보다 10년 이내 유방암에 노출될 위험이 5배가량 높다는 스웨덴 린셰핑대 연구 등이 있다.
국내 연구에서는 치밀 유방이 유방암 재발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형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팀이 2000∼2018년 유방 보존술을 받은 유방암 여성 환자 9,011명(치밀 유방 6,440명, 일반 유방 2,571명)의 유방 밀도와 암 재발률을 분석한 결과, 50세 미만에서 치밀 유방일 때 다른 쪽에서 암이 재발할 위험이 1.96배로 높았다(2021년 ‘JAMA Surgery’).
치밀 유방일 때 유방암 발병이나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유방암이 여성호르몬과 성장 인자에 잘 노출되는 실질 조직에서 발생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말 발표된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규 암 환자 24만7,952명 가운데 유방암은 2만4,923명으로 전체 암 가운데 5위, 여성 암 중에서는 1위였다.
유방암 5년 생존율이 93.6%(2019년 기준)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상피에만 국한된 0기에 발견ㆍ치료하면 99%이고, 1기 96%, 2기 89%, 3기 59%, 폐ㆍ뼈ㆍ간 등에 전이된 4기에 발견·치료하면 28%로 뚝 떨어진다. 따라서 치밀 유방이라면 정기검진이 더욱 필요하다. 서재홍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특히 유방암 환자 비중이 가장 높은 40대 이상인데다 치밀 유방이라면 ‘X선 유방촬영술’과 함께 유방 초음파검사 등을 추가로 받는 게 좋다”고 했다.
X선 유방촬영술은 유방 촬영 전용 기계로 가슴을 상하좌우로 납작하게 누른 상태에서 X선을 투과해 유방 내부 조직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유선 밀도가 높은 치밀 유방이라면 X선 유방촬영술을 시행했을 때 촬영 이미지에서 종양이 유방 조직에 가려져 진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나무가 빽빽한 숲에 숨어 있는 사람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매년 유방암 국가암검진을 받은 여성 10명 중 1명꼴로 판정 유보 소견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검진통계연보(2020)에서도 유방암 검진을 받은 여성의 11%(40만여 명)가 판정 유보를 받았다.
이처럼 X선 유방촬영술만으로 유방암 판정이 어려우면 유방 초음파검사와 유방 자기공명영상(MRI)ㆍ조직 검사 등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유방 초음파검사는 치밀 유방에서도 검사 민감도가 높아 X선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병변을 확인할 수 있고, X선 유방촬영술로는 미세 석회암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초음파검사와 X선 유방촬영술을 동시에 받는 게 좋다.
강영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암”이라며 “30세 이상 여성은 매월 자가 검진을 시행하고, 35세 이상은 2년 간격으로, 40세 이상은 1~2년마다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국내 여성은 치밀 유방이 많아 X선 유방촬영술과 함께 초음파검사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30세 이하 젊은 여성은 유방 조직이 매우 치밀한 편이고, 방사선 피폭을 피하는 것이 좋으므로 특별할 경우가 아니면 초음파검사를 우선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유방암 고위험군에 한해 40세 이상 여성에게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유방암 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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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