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만복과 소원 성취를 빌며, 한국일보의 발전을 축원합니다. 지난주부터 이른바 “송구영신”의 맥락에서, 개인이나 단체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시절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며, 지난해의 아쉬움과 새해의 희망을 공유하는 분위기를 겪어온 줄 압니다. 한국달력은 단기 4356년 계묘년을 알리고, 내일부터 연중 가장 추운 기간인 소한절부터 보름 뒤의 대한절이 있으며, 그로부터 이틀 뒤에 설날이 옴을 알려줍니다. 전통적인 올해의 이름인 계묘년은 “검은 토끼”해로도 부르는데, 보통 개인적으로는 토끼처럼 온순하고 슬기로운 삶을, 공동체적으로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사회생활을 누리길 연상하며 기대하게 됩니다. 연초에는 누구나 각자 바람직한 계획을 세우고 그를 이루자는 다짐을 하리라 짐작합니다. 산승도 올해에 하고 싶은 몇가지 일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매일 <법구경> “깨침의 노래” 한 구절을 되새기며 나날의 정신적 공양으로 삼아 법보시를 해보려 합니다. 우선 이 지면을 활용하여 벗들에게 새해를 시작하는 데 참고하시라고 선사합니다.
“마음은 온갖 것의 바탕과 같고. 모든 일 이끌려는 주인과 같네. 모든 것 마음 쫓아 일어나므로, 말하고 행동함이 마음 따르리. 해맑고 착한 마음 항상 가지고, 말이나 살림살이 밝게 이룸은, 본 모습 꼭 따르는 그림자처럼, 보람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네.”(법구제2)
마음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그 활용에 따르는 업보의 분명함을 보이는 말씀으로서, ‘해맑고 착한 마음’의 상태와 그에 의한 말과 행동의 결과를 읊은 가르침입니다. 실물 형체를 따라 나타나는 그림자를 비유로 들어서, 모든 업을 지으면 반드시 그에 따르는 과보가 있음을 강조하며, 마음을 맑히고 착하게 가짐으로써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권장하는 것입니다. 무슨 일을 하려하기에 앞서, 그 성패는 ‘마음먹기’ 또는 ‘마음쓰기’에 달렸다는 점을 명심하고, 마음을 잘 살피고 챙겨야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특히, 공직자들의 올바른 마음가짐이 필요할 줄 압니다. 아울러, 다음 구절을 통해, 그 간결성과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 문장 부질없이 외우기보다, 한 구절 도 이루는 새김이 낫네. 덧없이 알음알이 키우려 말고 참다운 마음살림 가꿀지니라.” (법구제101)
설사 여러 문장을 외워도 그 뜻을 음미하지 못하며, 알아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한 구절이나 게송을 외우더라도 그 뜻을 되새기며 수행이나 생활의 좌우명 삼아 실현하느니만 못하다는 말씀입니다. 많이 외우며 단순한 기억력의 증가보다 깊이 생각하고 음미하는 사유력과 창의력을 키우려 노력하면 바람직하겠지요만. 아무튼, 벗님들은 “깨침의 노래” 한수라도 잘 음미하고 삶 속에 실행하여, 올바른 살림살이의 보람과 행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새로 선출된 샌프란시스코한인회장단의 출범이 있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지역협의회도 후반기에 재구성될 줄 압니다. 동포여러분의 합심 협력으로 이 지역한인사회의 번영은 물론, 주류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공헌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대합니다. 아울러, 한류가 더욱 힘차게 번지고 멋지게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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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