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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어반복 십수년째, ‘대책없는 해외 포교대책’

2022-12-15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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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어반복 십수년째, ‘대책없는 해외 포교대책’
샌프란시스코 여래사, 샌프란시스코 불광사, 산호세 정원사, 산타클라라 대승사, 카멜 삼보사, 오클랜드 보리사, 버클리 육조사, 샌리앤드로 전등사, 새크라멘토 영화사.

본보 불교면이 첫선을 보인 2006년 9월, 북가주 한인사찰은 9곳이었다. 16년 100일쯤 지난 현재까지 남아 ‘열린 도량’ 구실을 하고 있는 곳은 그중 5곳이다. 보리사 육조사 전등사는 없어졌고, 불광사는 처음 자리잡았던 그 자리 골든 게이트 팍 인근 주택가에 그대로 있지만 스님이 상주하지 않고 일요 정기법회가 열리지 않은지 10년이 넘었다. 남은 5곳 중 거의 예전 그대로인 곳은 삼보사와 정원사 정도다. 여래사는 샌프란시스코 남쪽 샌브루노로, 대승사는 길로이로, 영화사는 새크라멘토 외곽으로 이주했다.

북가주 한인사찰들이 없어지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리버모어 고성선원부터, 오클랜드 돈오사, 샌리앤드로 죽림정사, 마리나시티 우리절까지 4곳이 새로 생겨났다. 그중 고성선원과 돈오사는 스님의 나홀로 수행처 비슷하게 변모했고 죽림정사와 우리절은 몇년만에 문을 닫았다.


그렇다고 북가주 한인불교 사정이 특별히 열악한 건 아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국제전법단에 따르면, 2009년 142곳으로 조사된 해외 한인사찰은 2020년에 82곳으로 줄었다. 미국으로 한정하면 북가주가 속한 중서부의 경우 43곳에서 24곳으로 거의 반토막났고, 동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방해 29곳에서 23곳으로 감소했다. 재가단체도 크게 줄어 북가주의 경우 10여년 전만 해도 도량 숫자와 거의 맞먹었던 게 이제는 수선회 여성불자회 산우회 등 서넛밖에 안남았다.

한인사찰과 재가단체의 위축은 신도감소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일요 정기법회 참가자나 몇몇 행사 참가자 숫자,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전언으로 미뤄 북가주의 사찰당 신도수는 약 10년 전에 비해 대략 절반쯤 내지 그 이하로 줄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경우 다소 과장을 더해 2,000만 불자 운운했던 1990년대에 비해 지금은 3분의1 수준인 700만 불자시대다. 이에 발맞춰 출가자 숫자도 매년 줄어 이대로 가면 십수년 안에 한국내 사찰 숫자보다 스님 숫자가 더 적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돈다.

대책은 뭘까. 첫째도 둘째도 포교다. 효율적인 해외 포교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종단차원 행사가 이달초 서울에서 열렸다.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홍대선원에서 조계종 국제전법단과 해외특별교구가 공동으로 마련한 ‘국제전법의 현황과 포교전략’ 연수회다(사진).

후끈 달아오른 월드컵 열기와 일찍 들이닥친 강추위를 뒤로 한 채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모인 연인원 30여명의 스님들이 주제발표와 난상토론 등 형식으로 진행한 이 연수회는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깜짝 놀랄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 것 같다. 불교매체들에 따르면, 국제교류센터 건립, 해외 포교인력 양성, 포교인력 파견제도 정비, 국제 업무협의체제 상설화, 종단과의 관계 활성화를 위한 조계종해외법인 설립 등 귀에 익은 방안들이 제시되고 논의됐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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