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어리스’·’안티프래자일’ 만든 ‘프로듀서 13’ 인터뷰
▶ “낯가리던 은채, 매력적 막내로 재발견…사쿠라는 냉정한 성찰로 성장 갈망”
그룹 르세라핌이 26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멜론뮤직어워드(MMA)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르세라핌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5인조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은 올해 대형 신인이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꿋꿋이 성장을 이뤄내며 두각을 드러낸 팀이다.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는 100위권 진입도 쉽지 않다는 음원 차트에서 롱런하더니 지난달 내놓은 신곡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은 발매 한 달이 지나도록 멜론 '톱 100' 차트 2위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다.
중독적인 훅(Hook·강한 인상을 주는 후렴구)과 멤버 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입소문을 타면서 공고한 팬덤을 구축했고, 4세대 주요 걸그룹 가운데 하나로 팀 이름을 각인시켰다.
데뷔부터 르세라핌 음악의 작곡·작사는 물론 음반 프로듀싱을 맡은 2인조 '프로듀서 13'(스코어·메가톤)은 28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멤버들의 진솔한 생각과 감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좋은 음악을 만들어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이들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힘을 얻게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솔직함이 결국 차별성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르세라핌은 데뷔곡 '피어리스'로 '내 흉짐도 나의 일부라면 겁이 난 없지'라며 당돌한 자신감을 내보였고, 최신곡 '안티프래자일'에서는 '더 높이 가줄게 내가 바랐던 세계 젤 위에'라며 비상(飛上)을 선언했다.
프로듀서 13은 "'피어리스'에서는 두려움 없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닥치게 되는 시련들에 대해 '안티프래자일'이라는 곡으로 '르세라핌은 단지 깨지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시련을 겪을수록 더 단단해지겠다'는 포부와 다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어리스'가 차분하고 미니멀한 느낌을 줬다면, '안티프래자일'은 노래 구성과 전개가 한층 화려해졌다. '피어리스'는 르세라핌의 서곡으로 메시지를 분명하고 임팩트 있게 전달하려 했고, 이번 신곡으로 그 이야기를 발전시켰다고 했다.
르세라핌의 스타일링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피어리스' 때는 세련된 스타일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안티프래자일'은 곡에서 주는 힘 있고 펑키한 느낌을 반영했다"며 "비트나 베이스에서 주는 느낌이 '힙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고, 이번 앨범의 주제 의식을 액세서리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표현해봤다"고 설명을 보탰다.
프로듀서 13은 "첫 컴백에 대한 부담감도 어마어마했을 것이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도 대단했을 텐데, 엄청난 노력으로 극복해냈다"고 평가했다.
노래 가운데 '걸어봐 위엄 라이크 어 라이언(like a lion)'이라는 구절은 다른 부분과 비교해 튀는 래핑과 묘한 톤으로 이질감을 자아냈다.
이들은 "K팝에서는 좀 생소한 바이브(Vibe·분위기)여서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익숙한 북미 스타일 랩을 K팝 식으로 소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국적(ethnic)인 느낌을 제대로 내보자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티프래자일'은 라틴팝 주류 장르 가운데 하나인 레게톤을 주된 기반으로 한 곡이기에 이 장르의 색깔과 에너지를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일단 '안티프래자일'이라는 단어가 쉬운 단어가 아니기에 '안티-티-티-티'와 같은 재미있는 반복으로 청자가 좀 더 쉽고 신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활동을 통해 전작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옅던 막내 은채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맏언니 사쿠라는 과거 일본 HKT48 시절보다 부쩍 발전한 춤 실력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프로듀서 13은 "은채는 데뷔 당시 가장 마지막으로 팀에 합류한 멤버이고 나이가 가장 어리다 보니 아무래도 낯을 가리고 위축돼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데뷔 후 음악 활동과 자체 콘텐츠를 통해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막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렇기에 노래 파트 구성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분배를 고민했다"며 "수록곡 '노 셀레셜'(No Celestial)에서는 은채의 비중이 꽤 높은데 막내 특유의 프레시함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신경 써서 파트를 분배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사쿠라에 대해서는 "꽤 오랜 경력을 거쳐왔음에도 절대 안주하지 않고 본인에 대한 냉철한 모니터링과 성찰을 하고, 성장을 강하게 갈망하는 멤버"라며 "앞으로 이뤄낼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놀라운 멤버"라고 치켜세웠다.
르세라핌은 처절한 데뷔 과정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로도 화제를 모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안티프래자일' 가사에서도 카즈하의 발레 경력이나 사쿠라·김채원의 이전 걸그룹 활동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멤버의 과거 활동 경력은 언급을 삼가는 게 일반적인 풍토에서는 이례적인 부분이다.
프로듀서 13은 "르세라핌 데뷔 이전의 삶도 그들의 삶이고 그 경험은 전혀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라고 생각해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며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또 미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작으로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기에 두 번째 앨범에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공감을 얻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다음 앨범에서도 멤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해주세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