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선과 욕망·욕정과 꿈을 비판하고 사랑을 찬미

2022-11-25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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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피크닉’(Picnic) ★★★★ (5개 만점)

위선과 욕망·욕정과 꿈을 비판하고 사랑을 찬미

핼(왼쪽)과 매지가 ‘문글로우’에 맞춰 슬로 댄스를 추고 있다.

극작가 윌리엄 인지의 펄리처 상 수상작품이 원작으로 미국의 작은 마을의 삶과 주민들의 위선과 욕망 그리고 욕정과 꿈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아울러 사랑을 찬미한 영화다. 1955년에 만든 아름다운 칼라영화로 이 작품의 무대극을 연출한 조슈아 로간이 영화도 감독을 했다.

노동절 연휴 피크닉 준비가 한창인 캔자스의 한 작은 마을. 이곳에 젊고 건장한 미남 떠돌이 핼(윌리엄 홀든)이 찾아들며 겉으로 점잔을 빼던 마을 사람들의 욕망과 욕정이 속살을 드러낸다. 백수건달 핼은 대학친구인 마을 유지의 아들 앨란(클리프 로벗슨)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러 왔다.

그런데 앨란이 육감적이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기 약혼녀 매지(킴 노백)를 핼에게 소개시키면서 핼과 매지는 첫눈에 서로에게 깊이 이끌린다. 한편 잘 생긴 허풍쟁이 핼을 놓고 노처녀교사 로즈메리(로절린 러셀)와 매지의 말괄량이 여동생 밀리(수전 스트라스버그)가 서로 사랑다툼을 벌인다.


핼과 매지의 관계를 눈치 챈 앨란과 핼 간에 주먹다툼이 벌어진 뒤 핼은 화물열차에 몸을 싣고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매지도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싣는다.

홀든과 노백의 러브신이 마지막 여름의 노염처럼 화끈하고 끈적거린다. 특히 둘이 밤의 호수 가에서 감미로운 음악 ‘문글로우’(Moonglow)에 맞춰 서로를 타들어가는 눈길로 응시하면서 천천히 춤추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뜨겁고 자극적인 러브신이다. 이 장면 때문에 피아노 소리가 간헐적으로 잔물결을 일으키는 무드 짙은 ‘문글로우’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늦여름, 홀든의 맨살이 드러난 탄탄한 상반신, 노처녀의 감춰진 욕정, 그리고 약간 멍청한듯해 더욱 섹시한 노백의 모습 등이 영화에 엄청난 성적열기를 불어넣고 있다. 영화에서 술에 취한 로즈메리가 욕정에 못 이겨 핼의 셔츠를 찢어버리면서 핼의 맨살 상반신이 노출되는 장면은 인간본능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감각적인 것이다. 아카데미 미술상과 편집상을 받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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