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그리스에서는 건조한 날씨 속에 화재가 발생해 보름동안이나 불이 번지면서 서울의 1.7배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춥다는 시베리아에도 섭씨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찾아오고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는2년째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어떤 농작물도 키울 수 없는 데 반해 같은 시기 유럽에서는 독일, 영국, 스위스, 벨기에 등에 폭우가 내려 대홍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북극에서는 빙하가 녹아 북극곰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고 매일 200종의 생명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로 인한재난이 발생하고…”
환경단체 경고문이 아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원장 진우 스님) 홈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조계종 홈페이지(www.buddhism.or.kr) 저탄소생활 실천지침서-불자편(사진) ‘기후위기, 지구 전체의 문제’라는 챕터의 첫머리다. 인간생활의 사소한 불편을 넘어 전 인류를 포함한 동식물의 대멸종을 초래할 수도 있는 기후재앙이 자칫 가까운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조계종은 기후재앙의 최대원인으로 지목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불자편과 사찰편으로 구성된 저탄소생활 실천지침서를 마련해 홈페이지에 상시 게재하는 한편 국내외 사부대중에게 적극 실천을 권장하고 있다.
단순히 기후재앙에 대한 우려 내지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은 별개가 아닌 하나이며 이 세상은 모든 존재가 인과관계로 얽힌 인드라망이라는 소박하면서도 절대적인 가르침”이라는 근거가 제시된 저탄소생활 실천지침서 중 불자들의 5대 실천사항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소비 줄이기 : 온실가스는 에너지를 사용할 때 가장 많이 배출되며 배출량 가운데 약 90%를 차지한다. 한국의 에너지 사용은 1990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2018년까지 약 2배 이상 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의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세계 선두다. 에너지 소비 줄이는 방법 - 냉방온도 2도C 높이기, 난방온도 2도C 낮추기, 전기밥솥 보온시간 줄이기, 불필요한 TV시청 줄이기, 물사용 줄이기 등
▷물질 소비 줄이기 : 소비 행위는 필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한다(전체 배출량의 70%). 한국인의 한해 1인당 물질사용은 28톤 이상으로 영국인보다 30% 많다. 연기법으로 보면 인간은 다른 생물종과 상의상존(相依相存)하는 관계다. 다른 존재들이 사라진다면 인간의 생명도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다. 실천방법 – 지속가능한 의류소비, 전기전자제품 오래쓰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교통 수송 : 2018년 기준 한국의 교통·수송부문 온실가스량은 전체 배출량의 약 13%로 전기생산과 산업 부문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더욱이 차량의 배기가스로 나오는 질산염이온과 같은 초미세 먼지(2.5μm 미만)는 시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매우 심각한 물질이다. 실천방법 – 대중교통 이용하기, 친환경 운전법, 전기차 등으로 전환.
▷자원 순환 : 자원은 유한하고 한번 고갈되면 재생이 어렵다. 석유만 하더라도 수억 년 동안 만들어진 자원인데 인류는 산업화 이후 불과 2세기 만에 전세계 원유 매장 량의 상당 부분을 이미 사용해버렸고 앞으로 50년 정도면 완전히 고갈된다고 한다. 실천방법 -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분리배출 실천하기 등.
▷탄소 흡수원 줄이기 : 숲, 갯벌, 습지, 바다, 토양 등이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지구의 기후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연은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아주 중요하다. 특히, 기온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홍수와 가뭄의 영향을 숲이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실천방법 – 나무심기, 텃밭조성 등.
<정리 –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