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대 SF한인회장 선거가 많은 문제점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먼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결격사유라며 후보를 실격 처리한 뒤 며칠만에 이를 뒤엎고 당선증을 전달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SF한인회 이사회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만 당선증을 내어줄 수 있다는 권력을 손에 쥐고 선거판을 흔들었던 것이다. EB지역 피선거권·선거권을 부여했다가 제외하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선관위원장을 부당 해임하면서 갈팡질팡, 오락가락,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갖은 이유로 전횡을 휘두르더니 자신들의 결정을 뒤집었다.
물론 김한일 후보측에서 ‘한인회장단 해임 의결 임시 총회 개최’를 추진하고, 기자협회에서도 김한일 후보를 탈락시킨 선관위와 SF한인회 이사회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다가 한 지역언론에서 ‘SF한인회관 공사 관련 배임·횡령 의심 정황 드러나’란 제목의 기사를 지난 2일 보도하면서 이사회가 백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그 기사에 따르면 SF한인회가 지붕 팬 공사 대금을 2중으로 지급한 정황이 있으며, 공사대금을 체크 캐싱 업체에서 현금화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맞다면 SF한인회관 공사와 관련해 재정 감사를 실시한 SF총영사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곽정연 SF한인회장은 SF총영사관 재정 감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났고, SF총영사관 재정 감사 결과가 재외동포재단에 보고됐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김한일 후보에게 당선증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박병호 선관위원장(SF한인회 이사장)은 “이사회는 32대 SF한인회장으로 김 후보가 적임자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김 당선인을 중심으로 다시 화합할 것”을 주문했다. 당선증을 줬으니 그동안 불거진 재정 의혹 등 모든 것을 덮고 가자는 의미처럼 들렸지만, 무조건 덮는다고 화합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SF한인회관 공사 과정에서 불거진 불합리한 한인회 재정 운영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김한일 SF한인회장 당선인은 “32대 한인회는 (SF한인회관 공사 재정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겠다. 이후 조사를 토대로 한인사회와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이 출마 이유로 밝힌 재정 의혹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늘 의혹으로만 끝나 잘잘못이 가려지지 않았던 좋지 않는 선례가 또다시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사회가 정관의 허술함과 모호함을 악용해 자기들 맘대로 관할구역을 분리하거나, 회장 임기 연장을 위해 정관을 마구 뜯어고치지 않도록, 회장과 이사장이 재무 업무를 맡아 재정을 좌지우지하거나, SF한인회 이사들로만 선관위를 구성해 권력을 휘두르지 않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EB한인회 관할구역 분리를 총회를 거치지 않고 SF한인회 이사회 의결로만 결정하면서 한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 SF한인회 이사회가 EB지역 피선거권·선거권을 부여했다가 후보 등록서류 교부를 몇일 앞두고 이를 제외키로 결정하면서 EB지역 거주자인 최점균 예비후보가 졸지에 출마자격을 잃게 되는 피해를 보았다. 이사회에서 간접선거로 회장을 선출하는 EB한인회는 EB지역 거주자의 SF한인회장 출마는 인정하면서 오클랜드 투표소 설치에 강력 반대해왔다. 차후 양 한인회가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해야 또다른 선거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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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