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전 철거돼 SF시서 보관…한인사회에 왜 알리지 않았나
▶ 한미수교 상징물, 재설치돼야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조형물이 있던 자리. 지난 2일 김관희 전 SF한인회장이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조형물이 설치돼 있던 텅빈 장소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손수락 기자>
최근 역사자료 조사차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조형물’이 있는 장소를 찾아갔던 SF광복회 임원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SF 페리빌딩 인근 페리 공원에 세워져 있었던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조형물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조형물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SF총영사관에 문의했지만 조형물이 없어진 상황조차 모르는 듯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37년간 매달 이 조형물을 청소하고 미화작업에 해온 상항한미노인회측의 이경희 회장은 “3년전쯤 SF총영사관에서 연락이 왔는데, SF시에서 (조형물을) 가져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광용 전 SF부총영사는 “조형물이 있는 장소가 노숙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밴달리즘(훼손)을 당해 보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SF시가 일단 철거한다고 해서 이경희 노인회장에게 상의드리라고 전임자한테 들어서 부임초(2019년) 그렇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조형물 장소는 상항한미노인회의 청소 미화작업에도 불구하고 노숙자들의 잠자리, 낙서 등으로 훼손되는 사례가 잦아 SF총영사관이 SF시와 새 장소 이전 문제를 두고 협의해왔다. 기념동판을 도난당한 적도 있다. 본보 2018년 1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SF총영사관 관계자는 조형물 바닥 블록이 몇년째 훼손돼 있어 SF시 담당부서와 협의해 보완한 적이 있다. 시에서도 조형물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조형물의 시급한 보전을 위해 임시로 시의 예술품 보관장소에 보존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며 조형물을 이전할 경우 공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돼 있다.
최근에서야 조형물이 철거된 사실을 전해들은 한 한인은 “SF시에 유일하게 세워져 있는 한미수교 상징물을 왜 노인회 의견만 듣고 철거를 결정했느냐”면서 “한인회장 등 한인사회의 의견도 수렴했어야 하고, 철거된 사실을 한인사회에 알렸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한인사회가 3년동안 조형물이 철거됐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조형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지금 철거된 장소에 재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희 전 SF한인회장도 “기념 조형물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면 보호철책을 설치하는 등 관리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지, 한미수교의 상징인 기념물을 창고 등에 넣어 보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보빙사절이 1883년 첫발을 디딘 역사적인 장소에 반드시 다시 설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조형물은 인천에서 한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민영익 등 첫 보빙사절이 1883년 9월 2일 샌프란시스코에 첫발을 디딘 것을 기념하여 1983년 SF 페리빌딩 인근 페리 공원과 인천 자유공원에 각각 건립됐다. 또한 상항한미노인회는 매년 5월 이 조형물 장소에서 ‘한미수교 기념식’을 열고, 한미양국의 신뢰, 발전, 전진을 희구하며 후세대들이 기억해야 할 미주한인이민역사를 되새겨왔다. 2019년에도 이곳에서 한미수교 137주년 기념식이 열렸었다.
2019년 5월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조형물(오른쪽)이 있는 SF 페리 공원에서 열린 ‘한미수교 137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편 강현철 SF부총영사는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SF시 담당부서에 연락을 취했다”면서 “(조형물이) 보관된 장소에 직접 가서 상태를 살펴보고, 경위를 듣고,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하고, 총영사관이 지원해줄 사항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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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