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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42주년 SF여래사 승원 스님과 차담법담

2022-11-02 (수)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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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42주년 SF여래사 승원 스님과 차담법담

샌프란시스코 여래사의 개원 42주년 기념법회가 10월 30일(일) 주지대행 승원 스님 주재하에 이 사찰 법당에서 봉행됐다. 강산이 네번이나 바뀌었을 40년 하고도 우수리가 남는 기간동안 여래사는 거의 모든 면에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샌프란시스코 주택가 렌드사찰로 출발했던 여래사는 랜돌프(스트릿)가 도약기를 거쳐 10여년 전 SF국제공항 인근 현위치로 이전했다. 밤낮없이 이착륙하는 항공기 소음이 보통 아닌데다 상가인 듯 주택가인 듯 애매한 장소이긴 하지만 건물과 부지 가액만 거뜬히 300만달러를 웃돈다 한다. 그러한 물적 팽창을 가능케한 인적 구성, 즉 낯익은 얼굴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한 거사에 따르면, 개원부터 함께한 신도들은 이제 두세명뿐이다. 개원 당시 종단의 젊은 기수 중 한명이었던 창건주 설조 스님도 어느덧 8,90대 노승이 되어 수년 전부터 주로 속리산 법주사에 머물며 일이년에 한두번 다녀가는 정도다.

그러나, 아니 그럴수록, 한사코 지나온 길만 돌아보며 세월무상에 젖어서는 안될 일이다. 여래사 사람들의 마음도 지나온 길보다 나아갈 길에 더 모아진다. 여래사의 미래를 일궈나갈 중심에 승원 스님이 있다. 설조 스님의 막내상좌다. 수년 전부터 안거철이 되면 한국 어느 선방에서 수행하고 안거가 해제되기 무섭게 SF여래사에 와 주지대행을 맡곤 했던 그는 신도들의 신망이 높아 진작부터 여래사의 주지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넘어 성화’에 시달리곤 했다. 한국에서 해오던 일과 하기로 마음먹은 공부 등 때문에 선뜻 ‘예’라고 답하지 않았던 그가 마침내 여래사 주지소임을 맡기로 하고 비자수속을 밟는 중이다. 별일 없으면 내년 상반기에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여래사의 미래’ 승원 스님은 현재 여래사에 있다. 지난 여름 문경 한산사에서 안거를 마친 뒤 부리나케 달려와 주지대행을 맡고 있는 것이다. 여느해 같으면 여래사 개원기념법회를 마치면 겨울안거를 위해 서둘러 귀국했을텐데 그의 이번 귀국예정일은 28일이다. 이번 겨울에는 안거 대신 초기불교 집중학습을 하기로 한 때문이다.

지난달 초 전자우편을 수차례 주고받으며 승원 스님과 비대면 인터뷰를 가졌던 기자는 개원42주년 기념법회를 하루 앞둔 10월29일 오전 여래사를 찾아 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실은 인터뷰가 아니었다. 차와 커피를 나누며 특별한 주제도 없고 두서도 없고 격의도 없는 대화였다. 그러면서도 스님의 정해진 미래나 마찬가지인 여래사 주지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우는 이들과 같이 울고 웃는 이들과 같이 웃는 것”이라던 9월초 인터뷰 때의 답변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불심 깊으신 000보살님이 혼자 사시다가 돌아가시고…개가 짖어서야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다니…” 하면서 신도들과 더욱더 한가족처럼 똘똘 뭉쳐야겠다는 생각이 깊어진 듯했다.

동시에 젊은 세대가 찾는 여래사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깊은 듯했다. 그런 고민이 스님에게 전혀 생소한 건 아니다. 1980년대 초중반 조계사에서 포교사로 활동하던 대학생 시절, 한국불교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꿈꾸며 또래법우들과 함께 단체를 만들어 지금껏 그 인연을 이어오는 스님이다. 그래서다. 여래사 신도들이 스님에게 거는 기대 또한 사뭇 크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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