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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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2022-11-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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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아귀 바라본다
한 끼 분의 쌀을 풀 만큼이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감쌀 만큼이다
심장을 받쳐 들 만큼이다
가만히 합장하여 본다
오 평생 비어 있기를…….

‘손’ 성명진

사람 손은 단풍나무 잎과 닮았다. 사람 손은 다섯 개 손가락으로 되어 있고, 단풍나무 잎은 일곱 개에서 열세 개 손가락으로 되어 있다. 사람은 겨우 두 개의 손을 가지고 있지만, 단풍나무는 수만 장의 손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한 끼 분의 쌀을 두 손으로 풀 때, 단풍나무는 수만 끼 분의 햇살을 손바닥에 담는다. 사람은 한 끼 먹고 돌아서면 두 끼 걱정이지만, 단풍나무는 제자리에서 열흘 굶어도 끄떡없다. 시인이여, 달랑 두 손으로 얼굴 감싸고, 심장 받쳐 들고, 평생 비어 있자고 달관할 일이 아니다. 불공평을 들고 조물주께 등장等狀 가자. 어깨 위로 수만 장 손이 돋게 해 달라자. 평생 남의 것 훔쳐야 하는 종속영양생물의 손이 아니라, 자급자족하는 광합성 손을 달라고 외치자.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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