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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의 초상

2022-10-20 (목) 하은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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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첫 번째 주인공은 ‘마릴린 먼로’였다. 먼로가 사망한 지 2년 후인 1964년 제작된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Shot Sage Blue Marilyn)은 올해 초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9,5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파블로 피카소의 1955년 작 ‘알제의 연인들 버전 O’를 제치고 가장 비싼 미국 미술품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워홀의 작품은 먼로가 1953년 출연한 영화 ‘나이아가라’의 홍보 사진을 바탕으로 한 초상화이다. 워홀은 세이지 블루, 오렌지, 레드 등 5가지 색상으로 연작을 만들어 그의 스튜디오 더 팩토리에서 보관했고, 그 해 행위예술가 도로시 포드버가 앤디 워홀의 팩토리를 방문해 작품들에 갑자기 권총을 쏘았다는 일화가 있다.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은 포드버의 총알을 피해간 3점 중 하나이다.

올해는 세기의 스타 마릴린 먼로의 사망 60주기를 맞은 해이다. 사후에 먼로만큼 책으로, 영화로, 미술작품으로 재현되어 이목을 끈 여배우는 없다. 관련 서적만해도 430권에 달하는데 1954년 무렵 그녀가 직접 쓴 기록을 엮은 책 ‘마릴린 먼로, My Story’부터 아일랜드 출신 BBC기자 앤서니 서머스가 올해 수정보증판을 낸 ‘여신: 마릴린 먼로의 비밀스러운 생활’,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가 영화화해 논란이 된 조이스 캐럴 오츠의 ‘블론드’ 등이 대표작이다.

지난달 넷플릭스가 최고수위(18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공개한 영화 ‘블론드’는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기가 아니라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인데 존 F 케네디와의 스캔들을 시각적으로 충실하게 보여주어 ‘전기영화’로 오인될 정도다.


영화의 원작자인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는 우연히 보게 된 한 장의 사진,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에 조화로 만든 왕관을 쓰고 목에는 귀여운 로켓 목걸이를 건, 아직 전혀 마릴린 먼로로 보이지 않는 열다섯 살 노마 진 베이커의 환히 빛나는 얼굴을 보고 ‘블론드’를 썼다고 한다.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오츠 작가는 ‘블론드’가 전적으로 허구의 산물이라고 못박았다. ‘증류’라는 과정을 통해 사건을 압축하고 융합해 먼로의 인생에서 ‘상징적인 몇몇만 선택적으로’ 살피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밀한 시적 진실과 영적 진리를 획득하기 위해 오히려 픽션 형식을 극대화했다고 ‘작가의 말’에 밝혔다.

소설 ‘블론드’가 원작인 이 영화에서 논쟁과 혹평을 야기한 장면은 오츠 작가가 선택한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먼로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후반부다. ‘여신’의 작가 앤서니 서머스 기자는 마릴린 먼로의 죽음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입’에서 먼로의 가장 친한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의 인터뷰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인터뷰의 시발점은 먼로 사망 후 가주검찰총장이 그녀의 죽음을 재수사한다고 발표하자 런던의 한 신문사가 서머스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면서였다. 2주 취재로 먼로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한 서머스 기자는 그녀를 알았던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650명을 인터뷰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고 그렇게 출간된 책이 1985년 발간된 ‘여신: 마릴린 먼로의 비밀스러운 생활’이다.

지난 7월 수정증보판 출판과 더불어 영상 인터뷰를 한 앤서니 서머스 작가의 언급이다. 서머스 작가는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기 전 의원 시절부터 여자 관계가 복잡했고 하룻밤 정사를 즐겼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기가 대통령이니 과거처럼 바람을 피워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먼로와의 관계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그렇게 오래가거나 또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케네디 대통령은 등이 몹시 아파 제대로 일어설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책을 쓰기 위해 먼로와 인터뷰한 영국의 가디언지 기자를 만났는데 웨더비 기자는 먼로가 자기와 관계를 가진 남자들을 꼽으며 처음에는 머뭇거리다 나중에 가서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실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과 블론드 배우의 은밀한 만남이 사실인가 허구인가를 떠나 이 영화는 상업적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다. 마릴린 먼로는 사후 60년이 되어서도 다른 예술가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역할을 감당한다. 죽어서라도 마릴린 먼로 곁에 묻히고 싶다는 사업가 리처드 폰처, 플레이보이 창간자 휴 헤프너도 있었으니 말해 무엇할까. 앤디 워홀에 의해 미술품으로 다시 태어났고 악명 높은 행위 예술가로부터 실크스크린으로 제작된 그녀의 이마에 총격까지 당했다. 그 총격에서 살아남은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되었고 ‘돈버는 기계로 살고 싶지 않다’던 마릴린 먼로는 죽어서도 이름 자체로 블루칩이다.

<하은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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