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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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2022-09-28 (수) 한재홍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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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보니 추석이다. 모든 사람들이 포장된 선물들을 손에 들고 오간다. 한국에 오자마자 방송에서 과장된 포장에 대하여 단속을 하겠다고 알리고 있었다. 물건은 작은데 지나친 포장이 되어서 나중에는 포장 물건의 처리가 매우 어렵고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이다. 걸맞게 포장을 해야지 삼겹 사겹 지나친 포장 때문에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인 듯싶다.

한국처럼 포장문화가 잘 된 곳이 없는 듯싶다. 물건들을 얼마나 예쁘게 그리고 보기 좋게 포장을 하는지 감탄스럽다. 그런데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순수함이나 정이 오가는 선물이 되었으면 포장이 어떠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득 옛날에 책을 싸가지고 다닐 때 책보가 찢어져 책이 귀퉁이로 삐져나왔던 때가 생각난다. 보자기 하나 제대로 되지 못한 책보를 가지고 다녔는데 지금은 선물을 얼마나 좋은 보자기에 싸서 가지고 다니는지 부럽기도 하고 지나친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가 달라졌고 경제적인 격차가 달라졌다. 포장으로 위상을 보이려 한다. 지금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포장을 하며 살고 있는지 물건 포장 앞서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어떤 사람의 명함을 보니 앞뒤로 경력과 학력을 가득히 채워놓았다. 이름 세 자면 될 것을 그렇게 포장을 하고 싶은지…. 요사이는 접는 전화기가 유행인데 명함도 두 겹으로 만들어 접어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이력과 학력을 다 쓰다 보니 자리가 부족해서란다. 다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지나친 포장이다.

어느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귀에서 생생하다. 정치인이 제일 자기 포장을 잘한 사람들이라고. 이는 속이기 위해서 포장을 한다는 것이다. 선량한 백성의 대표로 선출된 사람들이 제일 자기 포장을 거짓으로 한다고 하니 세상이 무서워지기도 하다. 그러지 않으면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으니 가짜로 박사도 되어야 하고 상도 받아야 한단다. 자기 양심대로 살면 한 사람도 쳐다보지 않으니 포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을까?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따져야 할 판이다. 오죽하면 박사가 되려고 남의 논문을 표절하고도 시치미를 떼고 있을까? 한국사회가 이렇게까지 부패하고 판이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성교육이 잘못되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항변한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데….

권력자는 권력의 힘으로 포장을 속이고 있고 명성을 가진 자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느냐며 자신의 포장을 숨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힘없는 사람이 조금만 포장해도 무서운 책망이 주어지면서 그에 대한 벌이 무섭게 내려진다. 포장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지나친 포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위대한 자리에 서고 큰 소리를 친다. 이것이 한국의 현주소가 되어버렸다.

이제부터 우리의 본 모습을 찾자. 진실이 통하고 아닌 것은 아니고 옳은 것은 인정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가자. 먼 훗날 우리의 거짓되거나 지나친 포장 때문에 우리가 치러야할 대가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어느 날 마지막 호흡을 내쉴 때 그래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우리의 모습과 순수함을 보고 싶다.

<한재홍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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