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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한인회관 공사 재외동포재단 지원금...SF한인회 ‘계획과 다르게 전용’

2022-08-29 (월) 신영주,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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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 주문업체 교체로 남은 9만5천달러 다른 공사비로 지급...공사비 줄이려 편법?

▶ SF한인회 “돌려줄 돈 없다” 버텨, SF총영사관 관리 허술 도마 위에

SF한인회관 공사 재외동포재단 지원금...SF한인회 ‘계획과 다르게 전용’

공사중인 SF한인회관 강당. 지난 4월 26일 촬영한 사진.

SF한인회가 한인회관 공사로 재외동포재단에서 받은 지원금을 당초 계획과 다르게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12일 재외동포재단에서 지원하기로 한 50만달러 중 창문·문 보수비로 33만2천달러를 받은 SF한인회가 창문·문 주문업체를 바꾸면서 9만5천달러를 남겼으나 이 금액을 다른 공사비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SF한인회가 당초 모금하기로 한 50만달러를 다 모금하지 못하자, 공사비를 줄여 급히 공사를 끝내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일고 있다. 이들은 당장의 비용절감보다는 한인회관 건물의 안전성과 수명성 확보에 더 중점을 두고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SF한인회는 고급자재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한 김진덕정경식재단측과 공사자재 선택 및 재정문제를 두고 부딪쳤고, 급기야 김진덕정경식재단은 기부하기로 한 100만달러(70만달러는 이미 공사비로 지급함) 중 남은 30만달러를 SF한인회에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재외동포재단 지원금 관리 책임이 있는 SF총영사관에게도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SF총영사관이 지원금 전용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14일 곽정연 SF한인회장이 SF총영사관으로부터 재외동포재단 지원금 33만2천달러를 받으며 서명한 지원금 교부(1차) 확인서에는 ‘지원금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한 경우’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에 SF총영사관 관계자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본래 신청한 것과 다르게 전용한 SF한인회측에 남은 9만5천달러의 지원금을 돌려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면서 “그러나 SF한인회측에서 돌려줄 돈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본래 SF한인회관 공사 사업규모는 200만달러로, 김진덕정경식재단이 기부하기로 한 100만달러, SF한인회서 모금하기로 한 50만달러를 기반으로 해 재외동포재단에서 50만달러 지원금을 매칭해준 것인데, 현재 SF한인회서 모금한 금액이 20여만 달러로 30만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 현재까지 지급한 33만2천달러만 지원할지, 아니면 예정대로 50만달러를 지원할지는 추후 재외동포재단에서 승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F총영사관은 SF한인회의 재정 불투명 의혹이 제기되면서 SF한인회관 공사 관련 재정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SF한인회로부터 재정 관련 자료를 받아 앞으로 한달내 감사를 끝낼 계획이다. SF총영사관이 구성한 감사팀에는 전문 회계사와 변호사 등 자문위원들이 포함됐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SF한인회가 SF한인회관 공사와 관련해 2019년부터 골프대회 등을 통해 기금모금을 해와 검토할 서류가 많다”면서 “기부된 금액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병호 SF한인회 이사장은 “애초 (김진덕정경식재단에서) 요구받은 창문·문 주문업체에서 할 경우 설치까지 40만달러가 들지만 홈디포에서 구입해서 하면 23만6천여달러가 들어가 더 저렴한 업체와 계약했다”며 “총영사관에서 남은 금액을 돌려달라고 보낸 공문을 받았으나, 그 금액은 급히 지불해야 하는 공사비로 이미 사용했고, 그 사용 내역을 지난 5월 20일 총영사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창문 보수뿐 아니라 회관 전체 페인팅과 바닥 등 아직 해야 할 공사가 많이 남아있는데, 재외동포재단에서 남은 지원금 17만달러를 현 회장 임기때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어 우려된다”면서 “공사가 일정대로 끝나지 않아도 차기회장 선거는 11월에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며, 곽정연 회장의 임기는 12월말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가 몇일간 연락을 취한 끝에 22일 겨우 연결된 통화에서 곽정연 SF한인회장은 “회관 공사와 관련해 (남은 금액을 타 공사비로) 지불한 것이기 때문에 신문사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 일이 아니다”라며 “괜히 기사화해서 잡음을 내지 말라”고 역정을 냈다.

한편 4번째 한인회장 임기 연장과 재정 불투명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6월 SF한인회장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며 법적 조치까지 나서겠다고 공표한, 전직 SF한인회장들이 주축이 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정순)는 두달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정순 위원장은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병호 이사장과 수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SF한인회측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서 “일단 11월에 차기 회장선거를 한다고 하니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법적 조치를 취해도 빠른 시일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답답한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신영주,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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