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계가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다. 기계문명이 정보 통신 기술과 합해져 지능화되는 양상은 자동화(automatic)를 넘어서 영리한(smart), 지능적인(intelligent) 등의 형용사로 표현되다가 최근에 인공지능(AI) 기술의 덕택으로 자율적(autonomous)인 기계로 진화하게 됐다.
150여 년의 자동차 기술의 역사는 성능을 향상하면서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기계로서의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 성취의 연속이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절하고 운전대로 방향을 조작하는 행동에는 달라진 것이 없지만 자동차는 모든 측정 장치와 계산기, 제어 장치의 기능을 발휘해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출력을 내고 편안하게 한다.
엔진은 가장 작은 진동과 소음을 내면서도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공해물을 최소화하도록 만들어졌다. 주변의 상황에 따라 전조등과 실내등의 밝기가 조절되며, 창문에 닿는 물의 양을 감지해 와이퍼가 속도를 조절하며, 사이드미러는 알아서 물을 떨어낸다. 실내의 공기 상태를 파악해 에어컨은 자동으로 작동된다. 갑자기 서거나 방향을 급히 바꿔도 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어되며 연료의 양이나 윤활유의 온도를 알려주는 것은 기본이 됐을 뿐 아니라 타이어 압력 부족, 고장 난 전등을 알려준다. 고장을 스스로 진단해 정비소에 가보라고 일러준다. 차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미 이렇게 똑똑한 작동을 하는 영리한 자동차가 이제는 자기만의 판단과 행동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운전자의 눈꺼풀 움직임을 보고 졸음운전을 판단해 경보를 울리거나 운전자를 흔들어 깨운다.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차선이나 주변 상황을 보고 스스로 방향을 바꾼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2,916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5.6명이며 2000년의 21.6명에서 4분의 1 정도가 돼 꾸준히 줄고 있다. 1988년부터 거의 15년간 전 세계 최고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기록하며 한때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하던 오명을 씻어가고 있는 것이다. 도로망과 교통 체계 정비, 과속 단속을 포함한 안전 규제, 시민의 의식과 자세 개선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자동차의 안전 기능이 늘어나고 많이 보급된 것이 기여한 바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차량 1만 대당 사망자 수에서는 다섯 번째일 정도로 사고율이 높은 편이다. 여전히 많은 사회적 노력을 해야겠지만 안전 기술을 차량과 도로, 내비게이션 통신 기술 등에 많이 적용하는 것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자동차가 수동적인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의 지성을 갖게 된 자율자동차의 시대는 기술의 진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자동차가 혼자서 사방을 살펴보고 지정한 길을 안전하게 가는 무인 자율주행차가 곧 실현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다양한 센서와 기계, 정보 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보다 안전한 교통을 보장할 자율주행 기술은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문화적 숙제를 안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 주변을 감시하고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센서와 계산기, 작동 기구 제어에 사용해야 한다. 혼잡한 도심에서 자율주행은 에너지를 1.5배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고속도로와 같은 잘 정돈된 환경에서도 10~20%의 추가 에너지 소모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에너지를 더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효율적인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 기술 개발이 계속돼야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성급한 무인 자율주행 기술 적용은 뜻하지 않은 사고와 윤리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미국의 경우 아직 성숙되지 않은 무인 자율주행 기술 때문에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가 모두 사망하거나 차량 주변 보행자가 어처구니없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인간의 판단마저 애매한 복잡한 위기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인간을 대신해 치명적인 결정을 하게 둘 수는 없다는 윤리적인 문제도 풀기 어렵다. 자율주행이 인간의 판단 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과제도 심도 있게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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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충식 KA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