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 스님의 ‘한류의 근원, 한국학과 한국불교’(2)
2022-08-18 (목)
◇백두대간 세계단전 : ”한국을 모르는 한국인도 없지만 한국을 제대로 아는 한국인도 드물다.” 10년 전부터 강의 때마다 외쳐왔던 말이자 이 에세이를 쓰게 된 직접적 동기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천자문을 배웠고 출가 전 20년 이상 한학과 동양학을 전공했음에도 원효의 저서 한권 접해본 적이 없었다. 동서양의 학술서 철학서를 두루 독서했다고 자부했건만 정작 한국불교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동국대 불교학부 한국불교사 시간에 비로소 깨달았다, 한국인은 한국인에게 한국불교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퇴계 율곡 다산과 같은 조선조 5백년 쟁쟁한 유학자들은 분명 중국의 석학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으나 중국학자들의 인해전술 앞에서는 왠지 중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원효전서의 일람은 중국학 전공자였던 나에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왔다. “됐다. 이 정도면 유교가 13억과 5천만의 대결이라면 불교는 일대일의 게임이다…이제 한국불교를 공부하리라.”
불교는 각자(各自)가 각자(覺者)되게 하는 가르침이므로 천이백오십 아라한이 부처님 한분을 당해내지 못하는 법이다. 한국불교에는 위대한 정신의 빛과 문화의 얼이 있었기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국적 성취를 지속적으로 거둘 수 있었다. 나는 한국불교가 곧 한국정신의 가장 중요한 근원이자 뿌리이며 한국불교를 버려두고는 한국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리스 델포이 박물관에는 배꼽이라는 의미의 옴파로스라는 돌 유물이 남아 있다. 제우스가 두 마리의 독수리를 지구 끝까지 날려보내 세계를 가로질러 지구의 중심에서 만난 장소가 바로 아폴론 신전이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 신전은 제우스 시대의 증표이자 고대의 가장 중요한 신탁 장소가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국가나 지역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옴파로스 신드롬이라 한다.
실제로 지구상에는 수많은 중심혈들이 존재한다. 우리 몸에는 상중하 단전이 있고 확장하면 일곱 차크라가 있다. 세계사를 장식했던 많은 국가들은 이러한 혈자리에 존재했던 곳으로 시절인연이 도래함에 그 기운을 발산했던 것이다. 세상의 기운은 돌고 돈다. 2005년 한국불교사연구소 계간지 발간 때, 부탁받은 기념사 대신 백두대간 세계단전(白頭大幹世界丹田)이란 휘호를 썼다. 대한민국 백두대간이 세계의 단전에 해당한다는 의미에서다. 동국과 동방을 적극 긍정했던 최치원, 해동 원효라고 했던 원효 등은 한국학의 선구적 모범이라 할 만하다.
현시점에서 한국학을 강조하는 것은 자국중심주의와 국수주의를 부추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주의와 군국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나 문화강국과 미학대국이 되어 세계의 정신문화에 기여해야 하겠기에 문화연구를 중심으로 한국학을 하자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저변에 함장된 한국정신과 한국사상을 명쾌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한국인이 많지 않다. 한국인의 문화적 심층구조와 특수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한국불교에서 그 내면의 심층구조를 추출해볼 필요가 있다.
<요약정리-정태수 기자, 25일자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