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C버클리 캐롤린 첸 교수의 화제작 ‘Work Pray Code’
실리콘밸리에도 명상바람, 실리콘밸리에 명상혁명이 일어나다?!, 실리콘밸리는 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내면을 검색하라’ 구글명상가 차드 멍탄 인터뷰, 앞서가는 기업인들이 명상에 빠진 이유, 세계 대학가에 부는 명상바람, 지친 영혼 씻는 명상과 IT의 만남, 명상을 낱낱이 느끼는 경험, 명상과 뇌과학, 명상과 건강…
지난 10년동안 한국의 언론매체를 장식했던 명상기사 제목들이다. 그중에서도 구글이나 스탠포드대 등 주로 실리콘밸리권 기업과 대학의 사례가 등장하는 기사들을 고른 것이다. 이런 곳에서 새로운 명상 프로그램이 신설되거나 하면 거의 빠짐없이 한국언론에 소개됐다. 그럴 때면 한국불교계는 쌍수를 들어 반색했다. 그저 반색 정도를 넘어 “역시 불교, 그중에서도 우리불교(즉 한국불교)”라는 등 요즘 유행어로 정신승리 해석을 곁들인 우쭐멘트를 날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러니 유력일간지의 자매지가 두어해 전 세계적 명상지도자 잭 콘필드 박사의 입을 빌어 “실리콘밸리 리더들, 직원에게 경쟁보다 연민 가르쳐” “미국, 핵강국이나 도덕수준은 유아…청년이 희망” “부자도 빈자도 마음챙김 필요…따뜻한 현존 느껴야” “한국인, 내적 전통 강해…세상 이끄는 리더 될 것” 같은 주장을 쏟아놓고 대표제목을 “한국인들, 세상 바꿀 자격 있어”라고 붙인 것이 심히 예외적이거나 잘못됐다고 느껴지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북가중에서도 특히 실리콘밸리권에서 판만 펼치면 사람들이 운집할 것으로 아는지 이러저런 명상교실 또는 마음공부 클래스를 연다거나 단발성 강좌 같은 걸 할테니 취재를 와달라 기사를 내달라 하는 이들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타나는 것 또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명상과 불교와 우리것을 적당히 버무려 우쭐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UC버클리 캐롤린 첸(Chen陳, 중국어 발음은 천, 한국식 발음은 진) 교수의 저서 ‘Work Pray Code(일 기도 코드)’는 언뜻 심술궂은 재뿌리기 글모음으로 비쳐질 수 있다. 달리 보면 샛길에서 헤매지 말고 본령을 되찾으라는 경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첸 교수는 이 책에서 실리콘밸리권 세계적 IT업계에서 일종의 신문화로 자리잡은 명상바람에 대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신적 해킹”이라고 날선 비판을 퍼붓는다. “불교명상이 기업을 위해 재포장됐다…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영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을 깊숙한 내면부터 기업을 사랑하고 헌신하도록 만든다.”
한마디로 장삿속 명상 비판이다. 명상이 궁극의 깨달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도의 비즈니스적 계산에 따라 심리정화라는 이름의 심리훈련, 즉 사원길들이기 비슷하게 전락했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서 첸 교수는 “그들(인플레이션 등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져 기업을 병행하게 된 영적구도자들)은 명상수행자였던 스티브 잡스처럼 되고자 했을 것이나 결국 기업과 함께…”라며 “명상은 영성의 세계에서 병원, 상담센터, 학교 같은 세속적 치료공간으로 확대됐고 따라서 명상수행을 위해 굳이 불자가 될 필요도 없어졌다”고 지적한 뒤 이렇듯 기업이 조장하는 명상 위주의 ‘백인화된 불교’를 “백인들은 불교의 거의 모든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고 직격했다. 당연하게도 첸 교수의 결론은 전통종교가 “기업에 맞춰진 백인화된 불교를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에 모아졌다. 이 책에 대한 영문 안내 및 서평 등은 인터넷과 유튜브에 다수 등재돼 있다. 저자명 또는 서적명으로 검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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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