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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목소리’ 스컬리 94세로 타계…67년간 다저스 전담중계

2022-08-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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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저스 구단 추모 성명서 “스컬리는 다저스의 계관 시인이자 심장”

‘다저스 목소리’ 스컬리 94세로 타계…67년간 다저스 전담중계

3일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로이터=사진제공]

미국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경기를 67년간 전담 중계한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가 94세를 일기로 3일 타계했다.

MLB닷컴 등 미국 언론은 다저스 구단의 발표를 인용해 스컬리가 이날 별세했다고 전했다.

다저스 구단은 추모 성명을 내고 "스컬리는 '다저스의 목소리' 훨씬 그 이상이었다"며 "다저스의 양심이자, 계관 시인으로 다저스의 아름다움을 사로잡았으며 재키 로빈슨부터 샌디 쿠팩스와 커크 깁슨을 거쳐 클레이턴 커쇼에 이르기까지 다저스 영광의 연대기를 기록해왔다"고 애도했다.


이어 "스컬리는 여러 면에서 다저스와 로스앤젤레스 공동체의 심장박동(핵심)"이었다고 덧붙였다.

애도 성명처럼 다저스 구단은 평생을 다저스와 함께한 스컬리를 영원히 기리고자 진작에 다저스타디움 기자실 명칭을 빈 스컬리 프레스박스, 다저스타디움 앞길을 빈 스컬리 애비뉴로 명명했다.

1927년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스컬리는 포덤대학교를 졸업하고 방송에 입문해 1950년 브루클린 다저스의 경기 중계로 다저스와 오랜 인연을 시작했다.

다저스가 1958년 연고지를 브루클린에서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기반을 옮기자 스컬리도 함께 터전을 바꿔 2016년 10월 2일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라이벌전을 끝으로 마이크를 놓을 때까지 67시즌 동안 다저스의 흥망성쇠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경기 중계 시작을 알리는 '이제 다저스 야구를 볼 시간입니다'(It's time for dodger baseball)는 스컬리의 상징 콜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감미로운 목소리, 해박한 야구 지식을 바탕으로 스컬리는 해설자 없이 홀로 중계하고 경기 상황을 설명하는 1인 중계의 달인으로 통했다.

1975∼1989년에는 미국 공중파 방송인 CBS와 NBC에서 야구, 미국프로풋볼(NFL), 골프 중계 등으로 입지를 넓혀 전국적인 명성을 쌓기도 했다.


스컬리는 1965년 9월 쿠팩스의 퍼펙트 경기, 1974년 행크 에런의 기념비적인 715호 홈런, 그리고 1988년 월드시리즈 다저스 커크 깁슨의 끝내기 홈런 등 MLB의 역사적인 순간에 정제되고 간결한 코멘트로 현장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했다.

흑인인 에런이 백인의 우상 베이브 루스의 통산 최다 홈런(714개) 기록을 경신했을 때 스컬리는 "야구와 애틀랜타, 조지아주, 미국과 전 세계에 얼마나 기적과도 같은 순간입니까. 흑인이 루스의 최다 홈런 기록을 깨고 '딥 사우스'(보수적인 미국 남부 주를 지칭)에서 기립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특히 에런에게 위대한 순간"이라며 잠시나마 인종 차별을 잊고 미국이 하나 된 위대한 장면을 시적으로 묘사했다.

또 대타 깁슨이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당대 최고 마무리 투수 데니스 에커슬리를 우월 굿바이 2점 홈런으로 두들겼을 땐 "사실 같지 않은 일들이 꽤 일어난 올해에 불가능한 일이 또 벌어졌다"며 경탄했다.

'언더독'(약팀) 평가를 받은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메츠를 꺾더니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도 강팀 오클랜드마저 제압한 것을 평한 소감이었다.

스컬리는 야구 중계에 헌신한 캐스터로는 6번째로 1982년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아울러 2016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자유의 메달은 국가 안보와 세계 평화, 문화·스포츠 분야에 뚜렷한 공헌을 남긴 미국인에게 주는 최고 권위의 시민상이다.

다저스를 21년간 지휘하며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명장' 토미 라소다가 지난해 1월 역시 94세를 일기로 먼저 세상을 뜬 데 이어 스컬리마저 영면에 들면서 다저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끝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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