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산과 물을 즐길 때
2022-07-07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7월, 하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달력은 오늘이 더위가 치성하는 ‘소서’이며, 한 보름 뒤에 그 고비인 ‘대서’를 알려주고 있는데, 이 절기를 지내고 나면 가을이 다가오게 되리라 짐작합니다. 이 무렵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름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학교 밖의 학습활동을 추구하고, 기업인이나 직장인들은 출장이나 피서를 위하여 휴가와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려 계획합니다. 일반인들 누구라도 이즈음 더위를 피하려 답답한 도시 분위기를 떠나 자연 속에 머물며, 힘들고 지친 일상생활을 벗어나서 지내보고 싶어 합니다. 누구나 신선한 환경에서 몸과 마음의 휴식과 수련의 기회를 통하여 재충전하고 새롭게 활력을 키우려 함은 바람직하며 이른바, ‘인지상정“으로서 사회 문화적 관행으로 여겨집니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피서지나 관광 여행지로서 산이나 물을 찾아 떠납니다. 물론 일부 인사는 지구 반대편의 시원한 도시와 문화 지역으로 가는 이들도 있겠지요. 한참 전부터, 한국과 미국은 물론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아름다운 산과 물을 아울러 빼어난 곳들을 국립공원이나 지역 설정으로 잘 가꾸며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산과 들, 호수와 강, 섬이나 바닷가도 포함되어 있지요. 그와 같은 곳에는 대부분 야영조건이나 취사 및 숙박 등에 필요한 편의시설도 갖추며, 교통과 통신도 어느 정도 준비되어져 있는 줄 압니다. 저러한 자연환경과 공익시설들은 우리 모두의 공동 자산으로서, 삶의 질 향상과 유지를 위한 공중의 관심이 필요하며, 사용자들이 함께 보살피고 가꾸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불교인들 특히 출가수행자들은 옛날부터 산을 좋아하고 물처럼 살아감을 한 전통으로 삼아왔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석존도 설산 즉 히말라야 산맥, 달마선사도 중국의 숭산, 도의선사도 한국의 설악산 등, 인도와 중국과 한국의 전통조사들 대다수가 산에서 수행하고 도를 이루어 세상에 펼치셨지요. 수행자 스님들은 스스로를 가리킬 때에 “산승”이라 하며, “△△산인” 즉 어느 산 출신임을 필명(펜네임)으로 쓰며 본분과 가풍을 들어내기도 합니다. 산승도 가야산 해인총림으로 출가하여 수행한 인연으로, “가야산인”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울러, “운수”라고도 부르며 즉 ‘구름과 물’ 처럼 집착없이 인연따라 움직입니다. 유교 선비들은 공자님 말씀인 <논어>의 글귀를 인용하며, “요산요수” 즉, 지혜로운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 라고 말하면서 산이나 물가에서 공부하며 노닐기를 즐겼는데, 세상에서는 그것이 일반화되어 널리 퍼진 줄로 짐작합니다. 불교에서는 항상 지혜와 자비를 강조하면서, 산처럼 확고한 지혜와 물 같이 유연한 자비를 비유로 권고하며, 자신의 지혜를 이루기 위한 산중 수행과 모든 생명을 보살피는 시중 회향을 독려하는 상징으로써 활용하기도 합니다. 종교를 초월하여 누구나 산과 같이 듬직하며 후덕 강건함과 물과 같이 부드럽고 평등 관대한 인격, 지혜와 자비를 갖추고 베풀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더위가 한창인 이달에, 독자 벗님 여러분 모두 각자 형편에 따라 틈을 내시어, 산과 들 또는 강이나 바다 물가로 가셔서, 잠시라도 자연환경과 계절의 혜택을 시원하게 누려보시기를 권합니다. 한편 번잡함을 피하여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집안에서 안거하며 명상 정진함으로써 나름의 깊은 정신세계에서 청안을 즐기시려는 함도 가치있고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말고, 어느 곳에 머물러 지내더라도, 늘 몸과 마음을 살피고 챙겨서, 중도의 조화와 균형으로 안정을 유지하며, 활기찬 건강과 영적 고양의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이 단련하기 좋은 시절, 산과 물을 찾아 즐길 때에, 심신을 고루 성숙시키는 기회를 갖고, 보람 크게 누리시기를!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