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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욕심에서의 자유

2022-07-07 (목)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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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제노아 성당에는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지는 에메랄드로 만든 단지가 보존되어 있다. 솔로몬은 자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보물, 사람이 죽어갈 때 마시면 얼마동안은 생명을 연장하게 해준다는 영약을 이 단지에 보관하고 애지중지했다. 가까운 부하가 이 약을 나누어 주기를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솔로몬은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솔로몬이 병들어 눕게 되었다. 그는 감추어 두었던 단지를 가져다가 처음으로 봉인을 뜯었다. 헌데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왕의 간절한 마음을 조롱하듯 단지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영약은 단지 안에서 완전히 말라 붙어버렸던 것이다. 전설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나친 욕심은 지혜의 왕이라는 솔로몬까지도 바보로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에메랄드 단지 안의 보관품이 아무리 값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욕심이 덧칠해지면 쓸모없어진다는 것을 그 똑똑한 솔로몬조차 알지 못했다.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의 표상으로 인정하는 어거스틴 또한 “나에게 순결을 주소서, 절제를 주소서” 라고 기도하면서 “그러나 아직은 마소서”라고 그 유명한 고백록에서 욕망의 꼬리를 달았었다.

욕심은 정도및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착한 마음을 해치는 독소들중 하나이다. 욕심은 원죄처럼 인간에게는 생래적인 욕구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욕심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행한다. 아직 말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갓난 아기를 보시라. 참 예쁘고 순전하고 천진난만하게 보인다. 헌데 행동에 있어서 어릴 적부터 자신의 물건과 장난감을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 힘을 쓸뿐더러 남의 것을 자기 것인양 빼앗으려고도 한다. 욕심은 성인이 되어가면서 더욱 심화된다. 소유욕은 물론 명예욕, 권세욕, 식욕, 성욕, 지식욕, 지위욕등 사람의 성향에 따라 욕심의 종류가 참 많다. 어느 욕심이건 욕심은 참 무서운 것이다. 처음에 하찮고 미미하게 시작된 욕심은 자신도 인식치 못하는 사이 점차 커져만 가서 인생과 삶을 복잡하게 하고 피폐케 만든다. 욕심에 사로잡히면 염려, 걱정거리가 늘어가고 대인관계도 위태롭게 된다. 욕심의 부피가 커질수록 불행지수가 늘어간다.

이런 성향을 지닌 욕심이기에 그것을 방치하면 인생이 시험을 받고 죄악에 빠져 휘청거리며 종내는 영적 죽음에 이르게 된다. 왜냐면 욕심은 죄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약 1:15에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했다. 크던 작던 욕심이 있다면 이것이 자라기 전에 삶에서 추방해야 한다. 특히 하나님보다 중요하다 여기는 것이 있다면 이것이 씨앗으로 잉태되기 전에 내다 버려야 한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인생을 삼각형에 비유했다. 삼각형은 위쪽으로 올라갈 수록 면적이 좁아진다. 위를 향한 길은 넓은 길이 아니라 갈수록 좁아지는 길이기에 위를 향해 가길 원한다면 지금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기독자들은 한시적인 세상 것을 향한 탐심을 버리고, 무거운 금은 보화를 향한 욕망을 버리고 가볍게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엘리사의 종이었던 게하시는 인간적인 탐욕으로 믿음과 신의를 저버린채 징계를 받았다. 기독자들은 그런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욕심으로 세상 것은 조금 더 얻고 성공할순 있지만 생명과 평안은 결코 얻을 수 없다. 주님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아니하니라” (눅12:15) 하셨다.

불의가 깊어진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온전하고 완벽한 의인은 못되더라도 기독자들은 불신 죄인들처럼 되서는 안되고 그들처럼 살아서도 안된다. 조금 부족할지라도 기독자들은 불법, 불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하나님을 드러내는 복되고 아름다운 통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통로가 되려면 죄와 죽음을 가져오는 욕심에서 자유로와야 한다. 성령 안에서 자족의 마음으로 하나님이 싫어하시고 미워하시는 욕심들을 이겨내는 우리 모두였으면 한다.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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