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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예능 생존경쟁…이별·재혼·성소수자 등 소재 다양화

2022-07-0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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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서 만나 결혼성공 커플 탄생…갈등 부각 부작용도

▶ 경쟁가열 속 노출·자극적 설정 우려… “차별화 자체가 목적” 비판

연애 예능 생존경쟁…이별·재혼·성소수자 등 소재 다양화

연애 예능 [각 방송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방송가에서는 일반인들이 출연해 사랑하는 연인을 찾는 연애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프로그램마다 차별성을 내세우며 이별, 재혼, 첫사랑, 성소수자 등 다양한 콘셉트를 선보이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자극적인 연출이나 무리한 설정 등은 우려를 낳고 있다.

◇ 연애 예능 인기 지속…'출연자 결혼' 결실도


4일(한국시간) 방송가에 따르면 케이블 채널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이 직접 연애 예능 제작에 나서면서 스테디셀러인 연애 예능의 형식이나 소재도 변화하고 있다.

연인을 찾는 싱글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애 예능의 '원조격' 프로그램인 ENA플레이·SBS플러스의 '나는 솔로'는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벌써 9번째 참가자 기수가 나왔다.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도 5쌍이나 된다.

주로 미혼인 청춘남녀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 연애 예능의 시각을 이혼 후 다시 혼자가 된 이들까지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MBN·ENA의 '돌싱글즈'는 시즌3을 방영 중이다. '돌싱글즈'는 남녀관계뿐만 아니라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 '싱글대디'의 고충까지도 보여준다.

MBC에브리원은 첫사랑을 나누다 이별한 연인들이 모여 재회하는 모습을 담은 예능 '다시, 첫사랑'을 선보이고 있다. KBS 2TV는 사소한 오해 때문에, 혹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연인들에게 재회할 기회를 주는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를 이달 방송한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프로그램들도 눈에 띈다.

웨이브는 당당한 연애와 결혼을 향한 성 소수자 커플들의 도전기를 담은 '메리 퀴어'와 동성에게 끌리는 남자들이 숙소 생활을 하는 '남의 연애'를 이달 선보인다.

카카오TV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도록 제작진이 자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좋알람'을 활용한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을 올해 하반기 공개한다.


쿠팡플레이도 12명의 남녀가 세트장에 지어진 가상의 패션회사에 취직한 신입사원이란 설정 속에서 10일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리얼리티 예능 '사내연애'를 준비 중이다.

◇ 이혼·이별 커플 갈등 표면화…'갈등 해소' VS '불행 소비'

과거 연인, 부부였던 출연자들을 등장시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잇따르고 있다.

연애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갈등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면서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마련해준다는 취지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극적인 사례가 주로 나오다 보니 '남의 불행을 소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최근 시즌2를 종영하며 나한일-유혜영 전 부부의 재결합 소식을 알렸다. 재결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던 가수 일라이는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하며 새로운 모습의 가족으로 거듭났다.

이별한 커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새로운 사랑을 찾거나 지나간 사랑을 되돌아보는 티빙의 '환승연애'는 설레는 만남과 가슴 아픈 이별까지 연애가 가져오는 다양한 감정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시즌1을 마쳤고, 이달 15일 시즌2를 새로 시작한다.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들이 변호사, 상담사 등을 만나며 결혼생활을 유지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담은 티빙의 '결혼과 이혼 사이'는 현재 진행형인 갈등을 그대로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갈등 해결을 표방하지만, 실제 방송은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는 두 사람의 갈등이 극적으로 치닫는 모습을 관찰하는 데 그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출연자들이 감정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폭언을 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담기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부모와 함께 출연한 어린 자녀들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노출·스킨십 논란…"리얼리티쇼 보여주는 방식 고민해야"

자극적인 연출이나 콘셉트로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IHQ가 선보인 '에덴'은 첫 방송부터 수영복을 입고 등장한 출연자들의 신체 노출과 과도한 스킨십, 남녀가 한방에서 자는 혼숙, 미션 우승자가 나머지 출연자들이 잠을 잘 침대를 결정하는 진행 방식 등으로 논란을 불렀다.

최근에는 남자 출연자가 상체를 탈의하고, 여자 출연자는 누드톤의 옷을 입은 채 뒤엉켜 누워있는 모습의 포스터를 공개하는 등 15세 이상 시청가능이라는 등급보다 훨씬 선정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사이판을 배경으로 남녀 출연자들이 손이 묶인 채 일정 시간을 같이 보내는 과정을 관찰하는 예능 '체인리액션'을 하반기에 방송한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진행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남녀 관계에서 신체 자유가 제한되는 설정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자 확보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제작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체인으로 남녀를 묶는 등 각 프로그램에는 의도가 있을 텐데, 그 의도가 드러나지 않고 맥락 없이 가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런 콘텐츠는 관찰 예능이라기보다는 리얼리티쇼인데, 가상의 설정을 동반한 내용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최근 연애 예능들은 차별화에 목숨을 거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보다는 차별화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며 "특히 OTT는 공공성에 대한 부분이 약해지는데, 방송은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제작진이) 윤리적인 부분을 어떻게 반영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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