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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두 스님의 ‘교세위축 지방소멸’ 동시해법

2022-06-30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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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두 스님의 ‘교세위축 지방소멸’ 동시해법
1600년 넘게 버텨온 한국불교가 50년앞도 장담못할 위기에 처했다. 2000만 운운했던 불자는 2,30년만에 700만명대로 줄었다. 스님들도 줄어들고 늙어간다. 2010년대 연평균 출가자(약 140명)는 1990년대(약 280명)에 비해 반감했고, 2020년 분한신고 기준 조계종의 스님 1만444명 중 50대 이상이 8494명(81%)이다. ‘늙은 스님의 시대’와 ‘스님 없는 절 시대’는 정해진 미래 같다.

그렇다고, 불교계의 고민을 함부로 떠들다간, 특히 결혼불허 조계종이 그랬다간 “한국인 대잇기에 적극 협조는 못할망정 대를 끊기로 작심했느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인구절벽의 덫에 걸려 한국 자체가 소멸위기로 치닫고 있어서다. 필사적인 출산독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2021년 출산율은 0.81명이다. 세계유일 0점대, 부동의 세계꼴등이다. 영국의 미래학자가 한국을 세계최초 자연소멸국가로 예측할 만도 했다. 몇년 전 한 스님이 사찰행정 등을 담당하는 사판승에 결혼허용을 제안했다 사방팔방 비난에 시달린 것으로 미뤄 조계종이 가까운 장래에 ‘비혼의 계’를 파할 것 같지도 않다.

불교도 살고 지방도 사는, 나아가 한국도 생기를 되찾는 길은 없을까. 길로이 대승사 주지 설두 스님이 해법을 내놨다. 사찰이나 교회 등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수행공동체 겸 생활공동체를 가꾸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해서 살 만한 세상을 만들면 (도시로) 가라고 등 떠밀어도 안떠나고 떠난 사람도 돌아올 것이고, 그러면 누가 낳지 말라 해도 애도…” 아닌 게 아니라 저출산이나 인구절벽을 다룬 유튜브영상 밑에는 “개같은 세상 노예생활을 자식에게 물려주라고?” “닭이 달걀을 낳아봤자 양계장 주인만 좋지 닭이 좋아 달걀이 좋아?” “흙수저가 금수저에 복수하는 최종병기는 No출산!” 등 섬뜩하고 자조적인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지난 주중 설두 스님과의 대화는 인터뷰용 문답이 아니었다. 스님의 본사(해남 대흥사) 방문 등 때문에 꽤 오래 뜸했던 소통을 잇는 김에 소소한 안부로 시작한 대화가 두서없이 꼬리를 물며 거대담론까지 이어졌다. 몇년 전 대화에서 “(대승사 이전불사) 마무리되면 고향마을 근처에서 신도님들 어르신들 모시고 공동체 하면서 한 귀퉁이에 토굴 하나 지어놓고 실컷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던 스님은 고향 해남이 초고령사회로 분류됐다는 기자의 말에도 “그런 거 다 자기하기 나름”이라며 “(공동체를) 제대로 해서 살 만해지면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고 자신했다. 형질변경과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가 마냥 지연되는 가운데 코로나사태까지 졉쳐 부득이 ‘훗날의 숙제’로 미뤄졌지만 대승사의 길로이 이전불사 역시 설두 스님의 오래된 꿈, 수행도량과 삶터와 쉼터가 어우러진 살맛나는 공동체를 가꾸기 위함이었다. 스님은 이 대목에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신행생활을 이어가는 대승사 신도들에게 각별한 감사를 표했다.

딱히 말은 안했지만 스님은 사찰중심 공동체 만들기가 사찰들의 신종비즈니스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듯했다. “우선 절부터 자립해야 돼요. 신도들이 정말로 부담없이 오고갈 수 있도록 자급자족이 돼야…” 실제로 스님은 대흥사 시절 문화사업단 산하 영농조합법인을 이끌면서 경내 3만여평에 차를 재배하고 차 만들기 차 마시기 등 전과정을 체험케 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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