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우, 세비나김, 김효나 풍부한 성량과 훌륭한 연기 뽐내
▶ SF오페라…7월3일까지 3차례 더
지난 14일 SF오페라가 제작한 중국 고전 오페라 ‘홍루몽’의 오프닝 공연이 열린 가운데, 남자 주인공 ‘가보옥’ 역을 맡은 김건우 테너가 극중 왕실에 시집간 자신의 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뒷편 오른쪽이 할머니 사태군 역을 맡은 세비나 김 메조 소프라노. <사진 SF오페라>
한인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 SF오페라 홍루몽(紅樓夢)이 지난 14일 화려한 무대로 베이지역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중국 4대 고전 중 하나인 ‘홍루몽’은 지난 2016년 SF오페라가 동양인 관객들을 위해 야심차게 제작해 세계 초연한 작품이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2번째로 공연되는 이번 무대에는 특히 한인 김건우 테너와 김효나, 세비나 김 메조 소프라노가 남자 주인공을 비롯해 비중있는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내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스님의 내레이션과 화려한 오케스트라 반주로 1막이 열린 무대는 화려한 ‘그랜드 홀’을 첫 배경으로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부유한 외가인 가씨 가문에 위탁된 여주인공 임대옥(영어명 Dai Yu)은 할머니 사태군(세비나 김 메조 소프라노)의 사랑을 받지만 왕부인(김효나 메조 소프라노)의 미움을 산다. 왕부인의 아들인 철없는 가보옥(영어명 Bao Yu)은 시짓기와 음악에 대한 재능이 뛰어난 임대옥과 사랑에 빠지지만 고종사촌 설보채(영어명 Bao Chai)와 결혼시키려는 왕부인의 계획으로 삼각관계에 빠지게 된다.
공연에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가보옥 역을 맡은 김건우 테너의 익살스러운 연기다. 특히 대나무숲에서 고금을 켜는 임대옥의 모습에 반한 가보옥은 능청스럽게 다가가 말을 거는데, 이때 시와 음악 등 예술로 의기투합한 가보옥과 임대옥은 사랑을 노래하며 달콤한 듀엣곡을 불러 관객들의 흐뭇한 웃음을 자아냈다.
세 남녀의 삼각관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집안을 지키기 위해 왕실에 시집간 가보옥의 누나가 왕에게 버림받아 도망가고, 가씨 집안을 지켜온 할머니 사태군이 사망하면서 극중 스토리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이때 왕부인의 김효나 메조 소프라노는 사랑하는 딸과 사태군을 잃은 절망과 상실감을 혼신을 다해 연기하며, 아들의 결혼 상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자 가보옥 역의 김건우 테너와 한 무대에 서 폭발적인 성량으로 노래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가보옥은 왕부인에게 속아 설보채와 결혼하고 가씨 가문은 처참히 멸망하고 만다. 임대옥은 호수에 빠져 사라지고, 가보옥은 절망에 빠져 한 스님을 만나는데 그 스님이 나이 든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막이 끝난다. 즉, 스님이 된 가보옥이 한때의 꿈처첨 느껴지는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페라 ‘홍루몽’의 한 장면. 왼쪽에서 2번째가 김건우 테너, 3번째가 세비나 김 메조 소프라노, 5번째가 김효나 메조 소프라노. <사진 SF오페라>
이번 공연은 2016년 세계 초연때와 마찬가지로 ‘와호장룡’에서 오스카상을 받은 예술감독 팀 입과 타이완의 무대감독 스탠 라이 등이 참여해 무대 장치와 효과의 리얼함과 화려함이 극치에 달했다. 중국계 작곡가 브라이트 쉥이 위촉돼 음악 작업을 맡았으며, 극중 스토리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오케스트라의 반주 역시 실감나는 무대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김건우 테너와 세비나 김 메조 소프라노는 이번 ‘홍루몽’ 공연이 SF오페라 데뷔 무대이며, 김효나 메조 소프라노는 2016년 초연 공연 당시에도 왕부인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SF오페라 ‘홍루몽’은 6월25일, 7월1일과 3일 등 총 3차례 더 공연된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 및 티켓 구매는 https://www.sfopera.com/on-stage/dream-of-the-red-chamber/에서 할 수 있다.
<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