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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눈앞인데 ‘마음 건강’은 여전히 빨간불

2022-06-21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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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식당 영업 시간과 사적 모임 인원의 제한이 없어지고 실외 마스크 의무착용 지침이 해제되는 등 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점차 벗어나고 있다.

억눌려왔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며 각종 모임도 속속 대면 모임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증상과 불안, 걱정, 불면 등을 지칭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의 사용 빈도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대신 코로나19 이후의 시기를 일컫는 ‘포스트 코로나’가 떠오르고 있으며,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도 팬데믹 이후의 일상 회복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사회의 마음 건강은 여전히 위기 속에 있는 듯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2022년 3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 건강 실태 조사’에서 우울 위험군은 18.5%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해 같은 달의 22.8%에 비해 감소한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3.2%에 비해선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진료실에서 접하는 환자들 가운데 불안과 걱정을 표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특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일상을 회복하고 누리고 있으나 정작 자신은 그로부터 동떨어진 느낌이라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상당수 확인된다.

이러한 환자의 경우 사회의 일상 회복 분위기와 괴리된 감정으로 오히려 더욱 고립되고 위축되는 마음을 갖게 되기에 마음 건강 측면에서의 일상 회복은 아직까지 요원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람은 환경 변화에 적응력을 가진 존재이지만 모두가 손쉽게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에서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며 적응 속도도 개인마다 차이를 보인다.

또한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기 존재를 인식하는 특성을 지닌 한국 사회에서는 남보다 적응이 느리고 뒤처진 것 같은 비교 열위의 느낌 자체가 큰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각종 소셜미디어(SNS)와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초연결 사회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는 외로움을 덜어주는 순기능으로 역할을 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일상 회복에 들어선 타인과 그렇지 못한 자신을 비교하게 만들어 더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주는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계속되는 우울감, 고립, 위축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수용 △표현 △교류 △신체 활동이 필요하다. 먼저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하는 반응과 속도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수용’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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