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신행공동체’ 붓다나라(대표 이중표 박사, 전 한국불교학연구회 회장, 사진)가 이 대표의 국악방송 불교강의 원고를 본보에 보내왔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본보 불교면을 위한 무주상 자료보시의 일환으로, A4용지 50여쪽 분량이다. 이를 간추려 몇차례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우리의 주변에서 많은 부처님을 봅니다. 산에 가면 바위에, 절에 가면 법당에…법당에 계시는 부처님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미륵불, 약사여래불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부처님의 이름을 적어놓은 12권 분량의 불명경(佛名經)이라는 경전이 있을 정도로…
석가모니부처님은 2600여년 전에 북인도 싸캬족의 카필라라는 나라의 태자로 태어났습니다. 성씨는 고따마이고, 이름은 싯다르타입니다. 어린 싯다르타는, 춘경제에서 짐승처럼 일하는 농부와 보습에 갈려 허리가 동강난 벌레들, 그리고 벌레를 쪼아 먹는 새들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삶의 모순과 고통을 발견한 것입니다. “왜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이렇게 괴로움 속에 빠져 있는가?” “모든 생명들이 살기를 원하면서 살기 위해 서로 잡아먹는 것을 보니 불쌍하여 아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것이 《불경》에서 전하는 싯다르타의 마음입니다.
아버지 숫도다나 왕은 싯다르타가 출가할까 염려하여 온갖 쾌락을 제공합니다. 부처님은 당시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비구들이여,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지극히 호사로운 양육을 받았다오. 비구들이여, 내 아버지의 집에는 나를 위한 연못들이 조성(造成)되어 있었는데, 한 곳에는 파란 연꽃이 피고, 한 곳에는 빨간 연꽃이 피고… 비구들이에 나에게는 세 개의 별궁이 있었다오. 하나는 겨울에 사용하는 것이고, 하나는 여름에 사용하는 것이고, 하나는 우기(雨期)에 사용하는 것이었다오. 나는 우기에 사용하는 별궁에서 넉 달 동안 오로지 여인들과 유희를 즐기면서 아래의 궁전으로 내려오지 않았다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지극히 호사로운 양육을 받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오. ‘배우지 못한 범부는 자신도 늙음과 병(病)과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똑같이 늙고 병들고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극복한 것처럼 늙거나 병들거나 죽은 다른 사람을 보고 염려하고, 걱정하고, 혐오한다. 나도 늙음과 병(病)과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여 똑같이 늙고 병들고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런데 늙음과 병(病)과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똑같이 늙고 병들고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내가 늙거나 병들거나 죽은 다른 사람을 보고 염려하고, 걱정하고, 혐오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성찰하자, 내가 젊기 때문에 가졌던 젊음에 대한 자만(自慢), 건강하기 때문에 가졌던 건강에 대한 자만(自慢), 살아있기 때문에 가졌던 수명(壽命)에 대한 자만(自慢)이 완전히 사라졌다오.
싯다르타는 이렇게 온갖 호사를 누렸지만 쾌락에 빠지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 있는 괴로움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