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세먼지 농도가‘매우 나쁨’ 상태를 유지하겠습니다. 외출할 때는 꼭 KF94 마스크 착용하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일기예보 때 흔히 듣는 얘기다. 최근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공기 오염이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미세먼지 공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 대기오염 물질 유래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2015년 한 해에만 1만8,200명이었다(미국 보건영향연구소 보고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가 미세먼지와 오존으로 인해 발생하는 조기사망이 크게 증가해 2060년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2016년).
최준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기오염 등으로 기관지확장증 등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기침ㆍ가래 등 증상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등 호흡기 질환이 의심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폐 질환ㆍ폐렴 등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의 도움말로 ‘기관지확장증’에 대해 알아본다.
◇기관지 늘어나 복원 안 되면 나타나
기관지확장증은 기관지벽 근육과 탄력 성분의 파괴로 기관지가 영구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본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기관지확장증은 발병 이후 계속된 염증 반응으로 질환이 악화하고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염증이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하면 심한 객혈이나 폐렴, 전이성 폐농양, 농흉, 폐성심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관지확장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폐 감염, 기도 폐쇄, 체액성 면역 저하, 류마티스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먼저 바이러스, 폐결핵 홍역 또는 백일해 등에 의한 폐 감염은 흔히 알려진 기관지확장증의 감염성 원인이다. 특히 어릴 때 앓은 홍역ㆍ백일해는 성인이 된 후에도 기관지확장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관지 또는 기도 내에 이물질이 있거나 염증으로 인해 부은 림프절 조직이 폐 조직을 침범하는 기도 폐쇄도 주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또 면역글로불린이 정상인보다 떨어져 있다면 면역력 저하로 지속적인 폐 감염이 발생하고, 이는 기관지확장증으로 이어지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도 질환이 진행되면서 합병증으로 기관지확장증을 유발한다.
이 밖에 원발성 섬모운동기능장애 등 외부에서 들어온 먼지나 세균을 가래로 만들어 밖으로 배출하는 섬모가 손상되면 염증을 일으키고 기관지확장증으로 악화한다.
최준영 교수는 “기관지확장증은 일단 기관지 변형이 시작된 상태로 단순히 기침약과 감기약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늘어난 기관지가 수축되지 않고 그대로 변형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라며 “심하면 정상 생활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심각한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기침·가래·객혈 등 한 달 이상 계속되면 의심
기관지확장증의 주증상은 만성 기침, 가래, 객혈이다. 이들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람도 있지만 한두 가지만 지속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감기 같은 상태가 한 달 이상 계속된다면 기관지확장증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은 몇 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악화한다.
증상이 악화하면 숨이 차 누워서 잠들기 힘들 정도로 악화할 수 있고, 심한 가래와 만성 기침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기관지가 파괴돼 객혈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기침과 가래는 흔한 감기 증상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많은 양의 가래가 나오거나 기침이 오래 지속된다면 기관지확장증일 가능성이 크다. 만성적인 세균감염으로 냄새가 다소 고약한 가래가 나올 수도 있다.
기관지확장증이 악화한 일부 환자는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숨을 쉴 때마다 호흡이 딸리거나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피가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배출하는 증상을 객혈이라고 하는데, 객혈은 기관지확장증의 흔한 증상 중 하나로 보통 경미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대량으로 객혈을 배출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최준영 교수는 “기관지확장증을 예방하려면 공기 오염이 심한 곳에 가지 말아야 하고, 적절한 온도ㆍ습도를 유지하고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나 흡연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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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