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의무경찰과 총기난사

2022-06-0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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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주장하고 나선 시위대는 당시 경찰관들의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때 처음 알게 된 단어는 시위대가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친 구호, '디펀드 더 폴리스(Defund the police)'였다. 즉 경찰력에 쓰여지는 예산을 삭감하라는 주장이었다. 시위대에 의해 디펀드 더 폴리스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도 어언 2년이 되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린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작된 BLM사태는 미 전역에서 약탈과 방화로 변질되었다. 그 와중에 자기 가게를 지키겠다고 총을 들고 나선 18세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는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했고, 법원은 그의 합법적인 총기사용을 정당방위로 인정하여 하나의 어린 영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경찰의 총격에 죽어가는 흑인들에 대한 과잉진압 사건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에 대한 인종차별을 비난하면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라고 외치는 성난 시위대 덕분에 경찰력은 크게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BLM단체가 과연 공정하고 원칙에 맞게 자신들의 언행을 하고 있는지... 그 단체 지도자의 세금 납부 현황이나 수천만 달러의 기부금을 측근에게 컨설턴트 명목으로, 가족들에게도 수백만 달러 이상의 돈을 주어 주택을 구입하게 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들의 선동으로 미 전국이 약탈과 방화의 화염속으로 빠져 들어갔고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인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백인 경찰이 유죄평결을 받으면서, 앞으로는 더 많은 경찰들이 흑인 용의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는 일이 당연시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의 공권력 집행과정에서 흑인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게 되면 전국은 폭동으로 뒤덮일 수 있다는 일종의 공식도 생겼다.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 등 21명을 숨지게 한 10대 총격범은 사건전 몸에 방탄장비를 두르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총격범이 교내에서 학생들과 교사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는데도 현장에서 경찰은 무대응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범인은 1시간이 넘게 100발의 총알을 난사했다는데, 그나마 지원차 나선 국경수비대 요원들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한다. 이미 대형 참극이 벌어진 뒤였다. 경찰의 늦장 대응이 빚은 참담한 결과였다.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인과 대치 상태에서 범인이 격렬하게 저항하며 쏜 총알에 2명이 총상을 입었고, 범인은 학교 안으로 도주를 했다고 한다. 그 곳이 바로 대량학살이 벌어진 4학년 교실이었다. 뉴스에 나온 동영상을 보니 교실에는 창문도 여러 개 있던데 대체 경찰이 한 시간 넘게 방치하고 있었는지 의아하기 짝이 없다.

1년전 캘리포니아 교회 총기 사건에서 교인들이 용의자를 제압한 뒤 전기코드로 손과 발을 묶고 이후 경찰이 나타나자 용의자를 인계했다. 신도들의 영웅적인 행동과 용기가 없었다면 상황은 최악일 수도 있었다.

테네시에 있는 교회에서도 한 남성이 총기를 휘두르며 신도들을 협박할 때 목사가 다가가 범인을 뒤에서 덮치고 교인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남성을 제압한 사실도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의 한 교회에서 아기를 안은 여성 이 총기를 들고 난입했지만 신도들에 의해 제압된 뒤에야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 이상 경찰 에게만 기대 살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폴리스 디펀드의 시대이다. 오히려 경찰의 예산을 삭감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 간부들이 경찰이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어이없는 블랙코미디의 세상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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