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정체성이 최대 강점

2022-05-27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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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총기사고가 연일 터지면서 총기규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총을 구매할 수 있는 하한연령인 18세들이 잇따라 10명이상 사망자를 낸 총기 난사사건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5월 아시아태평양계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백악관을 방문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반(反)아시안증오범죄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아시아·태평양계 커뮤니티는 하와이, 미국령 사모아, 미크로네시아 연방, 괌 등을 포함한 남태평양의 섬과 아시아 대륙 등에서 온 사람을 포함한다. 사실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미국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된 후 중국 이민자들이 대거 이곳에 왔고 대륙횡단 철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남부 농장 뿐 아니라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들은 중국, 일본, 필리핀 이민자들로 노동력을 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에서 배제되고 잊혀져 왔다. 우리 2세, 3세들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 어느 나라에서 왔니? ”, “점심은 국수 먹니?” 하는 말도 들어왔다. 이러한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혐오, 이해부족이 인종 차별주의를 부르고 총기 사고의 타겟이 된다.

아시안 대상 혐오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응차원으로 미국 공교육 과정에 아시안의 역사, 문화, 미국에의 기여도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배우게 해야 한다.

작년 7월 미 전역에서 처음으로 일리노이주가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를 커리큐럼에 포함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올 가을부터 아시아계 미국인, 태평양 제도민들의 이민사와 정착과정, 기여내용 등이 정규 교과 과정에 편성된다고 한다.

두 번 째로는 뉴저지 주로 모든 초중고교생 대상으로 2022~2023년부터 아시안 아메리칸 역사교육을 의무화 했다. 코로나 19사태로 촉발된 아시안 증오범죄 급증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뉴욕주 의회에서는 법안이 올라가 있을 뿐 더 이상 진척이 없다.

한편, 지난 12일 애나폴리스 메릴랜드 주지사 관저에 걸릴 한복 입은 여성의 초상화가 공개됐다. 바로 메릴랜드 래리 호건 주지사의 부인 유미 호건 여사다. 꽃자수가 고운 오렌지색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입고 옷고름을 두 손으로 얌전히 잡은 채 정면을 응시했다.

드레스를 입은 역대 ‘주(州) 퍼스트레이디’의 초상화들과 함께 내걸릴 것이다. 유미 호건 여사는 “나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한복을 입은 제 모습, 바로 나의 정체성‘이라 말했다.


그녀의 남편 래리 호건은 2013년 1월까지가 임기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우위를 보여준 민주당 텃밭 메릴랜드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2024년 대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공화당의 잠룡이다. 유미 호건의 자전 에세이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을 보면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아시안 혐오범죄 반대 운동은 단지 아시아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 미국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아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것이 자신들의 최대 강점임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여러 문화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하여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몸에 밸 수 있도록 유치원과 학교에서부터 음식, 노래, 공연, 언어를 재미있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녀가 말한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이란 자신만의 가치관, 신념, 특성을 포함, 내면과 외면을 모두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누구인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해야 한다.

즉 정체성 있는 사람이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남이 하는 대로 사회적, 정치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그저 따라가는 것은 정체성이 없는 것이다. 정체성을 강점으로 인종혐오 범죄를 방지하여야 한다. 내 자녀가, 손자 손녀들이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안전하게 살자면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 좀더 당당해야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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