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5ㆍ18이 달라졌다...민주화운동 기념식 이념과 지역 극복 위한 큰 걸음

2022-05-19 (목)
크게 작게

▶ 향우회ㆍ진보단체ㆍ한인회ㆍ영사관 모두 ‘하나로’

시애틀 5ㆍ18이 달라졌다...민주화운동 기념식 이념과 지역 극복 위한 큰 걸음

지난 18일 페더럴웨이 코앰TV서 열린 제42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올해 5ㆍ18민주화운동 시애틀 기념식이 달라졌다.

‘5ㆍ18 민주화운동’이 대한민국 국가기념일로 공식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를 기념하는 시애틀 행사는 광주 등 호남향우회나 진보단체의 몫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서북미호남향우회(회장 정병택), 시애틀진보연대(대표 황규호), 시애틀 늘푸른연대(이사장 류성현)에다 한국 정부가 해외에 공식적으로 임명하는 유일한 단체인 평통 시애틀협의회(회장 김성훈)이 공동 주최로 참여해 행사를 준비했다. 시애틀총영사관(총영사 서은지)이 후원으로 참여했다.


황규호 시애틀진보연대 대표와 정병택 서북미 호남향우회장이 18일 오후 6시 페더럴웨이 코앰TV서 열린 제42주년 기념식 준비를 총괄했다.

예년과 달리 시애틀 한인회 유영숙 회장과 이수잔 이사장에다 권희룡 타코마 한인회장과 김옥순 이사장까지 참여하는 등 100명 이상 자리를 함께 해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대였다.

김한일 미주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이사장과 유병렬 감사 등도 큰 힘을 보탰고, 일반인들도 대거 참석하면서 ‘이념의 올가미와 지역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큰 걸음을 하게 됐다. 그동안 암암리에 존재했던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한 균열이 다소 화합과 통합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보수 정권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과 함께 5ㆍ18국립묘지를 찾아 대통합을 호소한 것이 시애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념식에서 서은지 총영사는 “1980년대 후반 정치학도였을 당시 광주는 가장 무거운 숙제중 하나였다”면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정의는 오롯이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 총영사는 특히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이정표였던 5ㆍ18민주화 운동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로 나아가게 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평통 시애틀협의회장은 “5ㆍ18은 평범한 시민들이 인권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운동이었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수잔 시애틀한인회 이사장은 “5ㆍ18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메시지는 화합과 통합, 그리고 관용”이라며 “우리의 자유민주주와 인권을 위해 희생하신 5월 영령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진보 한인신문을 만드는 등 평생 동안 조국의 민주화에 헌신해온 정병택 서북미 향우회장은 “1980년 5월 광주를 학살했던 주범들에 대한 처벌을 위해 5ㆍ18 진상규명 강제 수사권을 부여해야 하며 5ㆍ18 역사 왜곡 처벌법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진규 박사는 이날 1980년 독재에 항거해 자발적으로 일어났던 광주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배경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기념식에선 평통 시애틀협의회 수석부회장 출신인 김순아씨가 박용주 시인이 쓴 <목련이 진들>이란 시를 낭송했다.

또한 타코마지역 2인조 그룹인 ‘나무처럼’이 나와 ‘광야에서’, ‘사랑으로’등의 노래를 불렀고, 서북미강원도향우회장인 이동승씨가 색소폰으로 ‘그날이 오면’을 연주하고 시애틀지역 한인 청소년 4명으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이 나와 ‘아침이슬’등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5ㆍ18민주화운동의 지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으로 이날 행사를 마쳤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