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주위에 도움이 되는 삶

2022-04-29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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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있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온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의 잠자리와 음식, 물을 제공하며 안전한 피난처를 마련해준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마치 거인의 나라 부엌에나 쓰일 어마어마한 크기의 드럼통에서 수프를 끓이는 장면과 엄청난 높이의 식재료를 보았다. 난민들을 위한 유명셰프의 부엌이란다. 경이로웠다.

스페인계 미국인 호세 안드레스(52)는 뉴욕과 라스베가스 등 미국내 20여곳의 레스토랑 체인을 가진 스타 셰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와 그의 직원들은 비행기 편도티켓으로 날아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는 2010년부터 비영리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WCK)을 운영하며 자연재해로 피해입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해 왔다. WCK는 하루키우의 주방이 러시아군 포격을 받아 직원들이 상처를 입은 적도 있지만 계속 피난민들을 돕겠다고 한다.

허기지고 겁에 질린 이들에게 따뜻한 음식으로 마음을 달래주는 WCK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전역의 주방에서 하루 18만 끼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이 원래 자원봉사(Volunteer Movement)의 나라인 것을 보여준다, 너싱홈, 병원, 검진소, 노숙자 숙소, 공원뿐 아니라 학교, 각 공관, 자선단체, 시민단체에서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 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자원봉사 태동기는 1600~1770년, 청교도주의 국가로 시작되어 1647년 식민지구빈법, 1657년 최초자선협회를 결성했다. 자원봉사 구축기는 1770~1950년, 독립전쟁, 남북전쟁, 제2차 세계대전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했다. 1920년 최초 자원봉사센터 설립 및 최초 학생 봉사학습이 실시되었다.

1950~1980년은 자원봉사 활성기다. 미국 주도로 UN이 창립되고 한국전과 베트남전으로 경제 호황을 맞았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창설된 평화봉사단은 저개발국가 사람들에게 문맹과 빈곤 퇴치 차원의 외교활동을 펼쳤다. 1965년 의료 관련 사회보장법, 자원봉사법이 제정되었다.

1980년부터 현재는 자원봉사 생활화 정착기이다. 1990년 전국지역자원봉사법이 제정되고 의료, 법조 등 각 분야에 전문직 자원봉사가 실시되었다. 학교의 봉사 학습 지원사업. 각 정부 비영리기관의 자원봉사, 전국노인자원봉사 프로그램과 결손아동지원 및 결손 노인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었다.

이처럼 미국의 초기역사부터 기부와 자원봉사가 함께 한 것을 볼 수 있다. 성인 3명 중 1명이 자원 봉사활동을 한다고 볼 때 미국은 세계 최대의 자원봉사 국가이다. 한인 이민자들도 미국의 자원봉사 정신을 본받아 재난에 처한 사람들을 함께 도와야 한다. 은퇴 후에도 주위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한인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활동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 해보면 대부분 “봉사를 함으로써 내가 행복했고 내가 받은 것이 더 많다. ”고 말한다. 이는 아픔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가 다른 이를 위로하면서 스스로 회복, 극복해 나간다는 말도 된다. 작은 봉사활동이 사소해 보이지만 큰 힘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 시를 읽다가 귀한 시 한편을 발견했다.

“반뼘-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있다/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날 나이든 단골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아이쿠/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꿈의 반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의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뺨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 문득 반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시인 손세실리아.“

비록 나는 반뼘의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같은 처지인 나머지 반뼘을 만나면 서로 모자라는 것을 채워주어 온뼘이 된다는 것, 굳이 우크라이나나 해외 오지로 가지 않아도 반뼘인 우리도 얼마든지 온뼘이 될 수 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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