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메트로 당국자들 ‘의무화 아니지만 권고’...앰트랙, AC트랜짓, VTA 해제 바트는 계속
▶ 판사가 끝낸 마스크 의무화...정치화된 방역
연방 법원이 지난 18일 대중교통 수단 이용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항공사와 지방정부의 대중교통 당국 등이 잇따라 마스크 의무화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연방 교통안전청(TSA)은 비행기와 기차, 대중교통 이용시 승객들에 대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드·사우스웨스트·알래스카·스피릿·젯블루 등 항공사들이 잇따라 기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사항이라고 즉각 발표했다.
유나이티드와 알래스카 항공은 TSA 발표 직후 홈페이지를 등을 통해 “오늘부터 마스크는 공항이나 비행기 탑승 시 선택사항”이라고 공식적으로 고지했다. TSA 발표 전에는 조종사과 승무원, 고객들을 중심으로 법원 결정과 CDC의 권고사항의 엇박자에 따른 혼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SF국제공항도 TSA의 지시에 따라 더 이상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공항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는 각 여행자 스스로의 결정에 맡긴다고 덧붙였다. 산호세와 오클랜드 국제공항도 마스크 착용은 선택사항이라고 밝혔다.
베이지역 대중교통 기관들은 각자 다른 방침을 이어간다. 암트랙과 AC트랜짓, VTA 마스크 의무화를 선택사항이라고 발표했으며 SF교통청(SFMTA)와 칼트랜, SF베이페리는 당분간 마스크 의무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트는 20일 오전 기준 여전히 의무화가 유지돼 있고, 추후 방침을 이어갈지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스크 관련 경찰 단속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리프트도 승객과 운전사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그동안 빈자리로 놔뒀던 운전사 옆 조수석에도 승객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법원 결정에 따라 대중 교통수단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단속하지 않겠다면서도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19일 밝혔다. 또 의무화를 해제한 베이지역 대중교통 기관들도 고객들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갑작스러운 방침이 방역정책을 책임지는 보건 당국이 아닌 법원에서 이뤄져 ‘정치화된 방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안의 발달은 18일 플로리다 연방법원의 기습적인 판결이었다.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의 캐슬린 킴벌 미젤 판사는 18일 버스, 지하철, 여객기 등 대중교통 수단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권고를 무효로 판정했다. 마스크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섞인 침방울을 막겠지만 소독 효과가 없어 공중위생이 증진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미첼 판사의 판단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보건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마스크의 '위력'이 한 번에 무효가 됐다.
전염병이나 바이러스 전문가라고 볼 수 없는 판사가 방역 정책을 뒤집으면서 정치적 이유로 이번 판결이 내려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가 과학에 근거하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방역규제에 반감을 지닌 보수단체 소송에 화답했다는 것이다.
보건 전문가는 법원의 이번 결정 때문에 방역의 접근법이 크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조지워싱턴대의 리애나 웬 공중보건 교수는 "상명하달 방식으로 의무를 지우는 게 아니라 정부가 개인에게 가장 좋은 결정을 스스로 내리도록 위임하는 방식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웬 교수는 혼란스럽더라도 마스크 의무 해제를 마스크를 더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감염 때 중증 환자가 될 위험이 큰 집단, 너무 어려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당부다.
바이든 행정부는 혼란을 없앨 선택지로 항소를 거론하면서도 패소 때 미칠 악영향 때문에 고심하는 형국이다.
항공기 승무원 노동조합인 항공승무원협회(AFA)는 연방 정부가 항소를 통해 불확실성과 혼란을 해소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더힐, 뉴욕타임스 등 언론은 보건당국의 권위가 패소 때 심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어 결단이 신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항소가 이뤄지면 이번 사건은 미 남동부를 관할하는 제11 연방항소법원이 심리하게 된다. 이 법원 판사의 대다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적인 인사들로 전해진다. 상고심이 진행되는 연방 대법원도 대법관의 이념적 구도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기울어져 바이든 행정부에 불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스크를 의무로 써야 할지를 결정하면서 감염 차단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보다 판사의 정치 성향을 살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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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