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 뉴욕, 괜찮다 “

2022-04-15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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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두 건이 SNS를 통해 전세계로 퍼지면서 한국의 가족, 친구에게서 ‘뉴욕, 괜찮냐?“ 는 전화가 오고 있다.

하나는 4월10일 저녁 맨하탄 타임스 스퀘어에서 맨홀 3개가 연달아 폭발하면서 수백 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이 겁에 질려 뛰어서 피하는 장면이다. 이날 지하에 쌓인 가스가 누전으로 불이 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또 하나는 12일 오전 8시30분경 지하철 안에 총기가 난사되면서 최소 29명이 부상, 이 중 5명은 중태인 사고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피 흘리고 쓰러지고 피하는 아수라장 영상은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 날 아침, 브루클린에서 맨하탄 방면으로 향하던 N 열차 안에서 한 흑인 남성이 방독면을 쓴 채 연막탄을 터트렸다. 시야가 가려진 가운데 탕탕탕 총을 쏘았고 승객들은 피 흘리며 쓰러졌다. 선셋 파크의 36번가 역에 지하철이 서자마자 일제히 플랫폼으로 뛰쳐나가 정차해 있는 다른 열차로 뛰어들거나 출구로 뛰어가는 등 아비규환이었다.


용의자는 지하철 안전 및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의 계획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고 한다. 뉴욕시는 2월21일부터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지하철 안전강화 대책으로 단속팀을 가동한 바 있다. 정신질환자와 노숙자를 식별, 이들이 역이나 전철역에서 더 이상 생활할 수 없도록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뉴욕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규모가 큰 대중교통 중 하나이다. 1868년 7월3일 개통된 고가철도를 기반으로 하며 지하구간은 1904년 10월27일 개통되었다. 첫 노선의 이름은 맨하탄 메인 라인, 개통 첫날 15만 명이 이용하였으며 요금은 5센트였다.

지하철은 지하로 가는 구간과 지상으로 가는 구간이 공존하다보니 뉴요커들은 ‘열차’라 부르기도 한다. 브롱스, 맨하탄, 브루클린, 퀸즈를 운행하는 열차는 36노선에 472개 역이 있고 A,B,C 같은 문자와 1,2, 3 등 숫자로 분류된다. 이중 7번은 한인밀집 타운인 플러싱과 맨하탄 허드슨 야드 역을 오가는 열차이다.

지하철 지도 한 장만 있으며 어느 곳이든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다. 1회용 2.75달러 티켓을 끊고 맨하탄 전 구간을 원하는 대로 누비고 다닐 수 있다. 지하철 역 근처는 모두 관광지이다.

1호선 종점인 사우스 페리 지하철역은 자유의 여신상,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터미널, 월스트릿 거리가 지척이다. 브루클린 브릿지와 시티 홀 역은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나온다.

캐널 스트릿 역은 차이나타운 한복판이고 리틀 이태리와 연결된다. 이스트빌리지 관문인 아스토르 플레이스 역은 옛날 지하철 입구를 그대로 살려 과거의 뉴욕 거리를 걷는 기분을 준다. 7개 노선이 지나가는 유니온 스퀘어 역이야말로 1882년 9월5일 만여 명 노동자가 유니온 스퀘어에 집결, 미국 노동절의 기원이 된 장소다. 뿐인가, 정해진 날에 열리는 그린 마켓은 인근 농장에서 재배한 청과류, 육류 등 식품과 식자대를 파는 생기발랄한 곳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N선은 퀸즈 아스토리아/디트머스와 코니아일랜드 스틸웰가 역까지 운행하는 라인이다.

다음 주 낮에 퀸즈보로 플라자역에서 N을 타고 맨하탄 32가 K 타운으로 갈 일이 생겼다. 주위에 수상한 사람이 없나 신경을 써야 하니 좀 겁이 난다. 코로나19이후 차를 이용했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 적이 없다. 하지만 가족 및 친지들은 여전히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학교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오랜기간 뉴욕에 살면서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곳에 계속 살아야 하는 가 잠시 생각하지만 그래도 살던 곳이 익숙하고 편하다. 미국 어느 도시를 가도 뉴욕만큼 매력 있고 활기찬 도시를 발견할 수가 없다. 외국이나 미국내 어딜 가든지 현지인들이 “어디서 왔느냐”는 말에 “뉴욕”이라고 호기롭게 대답하는 그 기분이란, 그래서 오늘도 한국에서 온 전화에 “뉴욕, 괜찮다” 대답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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