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도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사순시기는 그리스도교 최대의 축제일인 부활 전 40일을 일컫는다. 사순절은 부활 대축일 전 40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하며, 신자들이 부활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더욱 거룩하게 지내도록 강조하고 있다.
사순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한 것은 기도, 단식, 자선이다. 이 세 가지가 사순절에 지켜야하는 제일 중요한 덕목이고 실천사항이다.
가톨릭교회는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거행한다. 이 예식은 구약성서에서부터 비롯되었던 양식이다. 사제는 신자의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지어다’ 혹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라고 말한다.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면서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기도생활에 더욱 충실하기를 바라면서 하는 예식이다.
그리스도교 안에서 권고 형태로 제시됐던 단식은 3세기에 이르러 전례적으로 자리 잡았다. 신학자 히폴리투스가 215년에 쓴 ‘사도전승’은 예비신자들이 금요일 단식을 지켜야 했고 모든 신자는 성찬례 잔치에 참여하기 전에 음식을 멀리해야했다고 전한다. 부활 전날에는 하루 종일 단식해야하며 토요일에는 빵과 물만 먹는 부분 단식을 권장했다.
4세기에는 사순시기와 사순 단식이 공적으로 정착됐다. 325년 니케아공의회는 사순시기를 40일로 정했다. 당시 신자들은 사순과 대림시기에 단식을 했다. 부활을 맞이하기 위해 신앙인들에게 요구되는 정화의 기능은 단식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특히 음식을 먹지 않고 잠을 자지 않는 극도의 절제된 생활을 했던 수도승의 단식 전통은 단식을 통해 어떻게 내면을 정화시킬 수 있는지도 알게 한다.
가톨릭교회는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는 교황을 포함한 주교, 사제, 신자들이 단식하기를 강하게 권고한다. 단식을 지켜야하는 사람은 만 21~60세의 건강한 신자들이다. 노약자나 임산부, 환자나 힘든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과 특별히 허락된 사람은 단식의 의무에서 제외된다. 단식일이라고 하여 온종일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한 끼의 식사는 충분한 양을 섭취하도록 하고, 아침과 저녁 식사도 가볍게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단식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참여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다. 단식으로 절약된 양식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사순절에 단식을 하는 근본 이유는 자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있다. 기도는 개인의 성화를 위해서 바치는 것이라면 단식과 자선은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도 역시 개인만을 위해서 한다면 의미가 없다. 공동체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기도해야한다.
사순절의 3대 덕목과 실천 과제는 모두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 혼자만 열심히 기도한다고 해서 거룩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 혼자만 단식을 한다고 해서 구원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도를 필요로 하는 이웃이 있어야하고 단식을 통해 자선을 베풀 이웃이 있어야 나의 거룩함과 신앙의 깊은 뜻을 알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사순절에 최선을 다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면서 기도, 단식과 자선을 실천하는 사순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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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철 볼티모어 한국순교자천주교회 신부>